[이뉴스투데이 안경선 기자]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사로운 일상생활까지 추적하는 사생팬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이 이슈가 되면서 성숙한 팬문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홍콩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중국인 3명과 홍콩인 1명 등 20대 승객 4명이 이륙 직전 갑자기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며 소동을 벌였다. 이에 승무원들이 하차 이유를 묻자 그들은 "급한 일이 있다."라고만 말할 뿐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지금 내리게 되면 다른 승객들 까지 다시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는 승무원의 안내에도 이들은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며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결국 그들은 비행기에서 하차했고 360여명의 승객들도 자신의 짐을 가지고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보안검사를 받게 됐다.

비행기에서 소란을 피운 이들은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사생팬으로 퍼스트클래스 2석, 비즈니스 1석, 이코노미 1석 등 모두 4자리의 표를 예약해 기내에 오른 후 홍콩에서 시상식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워너원이 앉아있는 좌석으로 몰려가 그들과 시간을 보냈다. 승무원의 저지에도 막무가내로 워너원을 보러간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해당 좌석의 환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워너원이 탑승한 비행기에 탈 수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 상에서 인기 아이돌의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SNS에 영어로 '사생'을 입력하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뜻하는 초성들이 수두룩하게 뜬다. 사생팬들은 이 경로를 통해 아이돌의 녹취 파일부터 숙소 주소, 과거 사진과 같은 개인정보를 1건당 1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워너원 사생팬의 '기내 갑질'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사생팬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슈퍼주니어의 희철은 한 방송에서 "서서 소변을 눌 때 사생팬이 튀어나와 사진을 찍은 적이 많았기 때문에 화장실 양변기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소변을 눈다."고 고충을 토로했으며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은 공항으로 향하던 그의 차량과 그 뒤를 쫓던 팬의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난 적이 있어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사생팬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이처럼 비뚤어진 팬심으로 연예인과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사생팬들을 향해 누리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생은 이기적 스토커지 절대 팬이 아니다."라며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는 사생팬들의 과도한 팬심을 비난했다. 또한 "소속사가 하라는 고소는 안하고 이런 일이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걸 기사로만 내니 이런 사단을 저지른 사생들이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전부 고소해서 감방을 보내야 한다." 등, 소속사 차원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편 기존 팬덤 내부에서는 '사생팬이 찍은 사진을 소비하지 말자'며 건전한 팬문화 정착을 위한 자정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사생팬으로 인해 일상이 위협이 될 정도로 사생활 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연예인들,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는 범죄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사생팬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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