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 한전공대 범정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왼쪽) 첫 회의가 지난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균형발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이 지방자치단체 간 부지 유치 경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추진 속도만큼 부작용 우려도 나오는 등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달 중순께 한전공대 부지선정 용역 내 기준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부지선정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한전공대 범정부 설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다.

한전 관계자는 “공정성을 위해 기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기준위원회가 세운 부지선정 기준은 공개해 광주시와 지자체가 부지 추천을 위한 준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자체 부지 추천 준비 기한이 지나면 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심사를 거쳐 새해 1월 말까지 한전공대 부지를 최종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한전공대 부지선정이 가시화하면서 광주·전남 지자체에서는 유치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자치구 5곳 가운데 4곳이 후보지 제안서를 제출했다. 광주 북구는 첨단 3지구, 남구는 대촌동 일원, 광산구는 옛 전남축산시험장 부지, 서구는 매월동 일대 등을 후보지로 제안했다.

광주시는 기준위원회 기준이 발표되면 4곳 가운데 3곳을 선정해 후보지로 추천할 예정이다. 전남에서는 나주시가 한전공대 유치에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목포시도 유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공대 설립 추진이 빠르게 추진되는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크다. “대통령 공약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면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지적은 국민 공감대가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지사 시절 전남지역 대선공약으로 발굴해 주요 정당에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호남지역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 같은 과정이 국민에게 자칫 광주·전남 시·도민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지역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떨쳐내기 위한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실제로 예산처리를 담당하는 국회는 물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한 공약 정책화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학연·지연 의존도가 극심한 육사와 경찰대학 등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한전대학은 오죽하겠느냐”며 “전력공기업인 한전과 결탁한 한전공대를 나온 학생들이 이 같은 사회적 비판의 화살이 향하는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대학 간, 지자체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지역 다수 대학은 구조조정 진행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한전공대가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관계자는 “광주, 전남 지역에는 GIST, 전남대, 조선대 등 이미 이공계 과학기술 대학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면서 “대학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력 특성화 대학을 짓는다면 대학 문을 닫는 추세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가장 큰 우려는 재정 확보 문제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대학 설립, 유지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대학 설립과 유지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물음표가 찍힌다.

한전 역시 고심이 깊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건설비용만 6~7000억원가량 소요되고, 천문학적인 유지비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전 측은 아직까지 뚜렷한 예산 마련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입지 선정이나 예산 확보 등은 향후 위원회를 통해 협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예정”이라면서 예산 확보 방안은 뒤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전공대가 등록금을 받지 않고 장학생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현실적으로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면 한전공대 운영으로 한전 적자난이 더욱 가중될 것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도 “한전공대 건립 이슈를 보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면서 “지역에서는 적극 유치전에 나서고 있는데 부지 선정보다 더욱 힘써야 할 것은 안정적 재정 확보”라고 지적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어 “학교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나 GIST처럼 특별법을 제정해서 정부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이달 초 구성된 한전공대 범정부 설립추진위원회를 통해 재정 확보를 위한 입법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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