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잘나가던 서울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겨울 들어 꽁꽁 얼어붙었다. 사업지마다 내세우던 ‘자랑거리’가 시간이 흘러 오히려 사업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미성타워-크로바맨션(이하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적발돼 위태한 상황에 빠졌다.

이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 단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홍보대행업체를 내세워 금품을 제공한 현대건설, 롯데건설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금품을 수수한 조합원 등을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분양을 계획한 조합원수 3537명, 총 사업비 10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물량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GS건설과 경합을 벌여 이곳 시공권을 거머쥐면서 업계 스포트라이트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조사 결과 시공자인 현대건설에 금품을 받은 아파트 조합원 수가 14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실 미성크로바에서는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이 GS건설과 경쟁에서 승리하며 시공권을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1400명 재건축 조합원에게 고급 호텔 숙박권과 태블릿PC, 현금 등 2억원 상당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을 관광투어에 초대하는 한편, 여름철 롯데 계열사 특급호텔에서 숙박을 제공하거나 휴양지 고급 리조트를 제공했다.

경찰이 재건축 비리 수사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조합원까지 입건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경찰청 관계자는 “금품을 받은 조합원을 전부 전과자로 만들 수 없어 이번만 자수를 한 경우 선처하기로 했다”며 “법에선 받은 사람도 처벌하도록 돼 있는 만큼 앞으로는 모두 입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홍보용역 대금을 지급했을 뿐 이후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금품이나 향응 제공은 전적으로 홍보대행업체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부촌의 상징’ 용산구 이촌동 대형 재건축도 최근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탔으나 갑작스레 내홍을 겪고 있다.

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이촌한강맨션)는 13년간 지속된 사업 정체를 깨고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업계의 기대를 받았다. 이달에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새해 초 사업시행인가까지 계획하는 등 사업이 진전됐다.

하지만 돌연 이곳은 오는 20일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린다. 조합장 송모 씨가 조합운영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조합원총회 결의 없이 특정 협력업체를 선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집행부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총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사업방식을 놓고 조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합장 해임 위기로 부촌인 이촌동에 35층 아파트 15개동 1451가구 대단지를 건립하려던 주민의 꿈이 위협을 받고 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의 문턱 앞에서 멈춰섰다.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은 이달 19일 열리는 시 도계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해당 정비계획(안)에 대한 지적사항을 놓고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계위는 매달 첫째·셋째주 수요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은마아파트 정비계획 승인은 해를 넘기게 됐다.

‘재건축의 상징’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정체성이 흔들리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 민간 아파트 가운데 유례없는 50층 건립을 추진하며 주민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국제설계공모로 선정된 50층 설계안이 공개된 후 계속해서 일부 조합원 반대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6개월 넘게 시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조합은 조합원에게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조합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현재 50층 종상향 계획을 포기하고 ‘제3종 주거지역’으로 회귀하거나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더 있다. 국제현상설계 공모 당선작과 신천초등학교 부지 등의 문제로 주민과 주민, 주민과 서울시, 서울시와 교육청 간 갈등도 있다. 신천초 부지 이전과 관련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어서 도계위 수권소위로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9월 교육환경평가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계위 수권소위는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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