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모든 사무실은 일제히 불이 꺼진다. 이어 낮잠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들은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로 휴식에 빠져든다.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일이 오렌지라이프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낮잠 제도인 ‘오렌지파워냅’를 도입한 이후 스트레스 감소 등 실질적인 효과를 느끼는 직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초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 개편 이후 신상품 준비기간이 절반 가량 단축됐다.

지난 4월부터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그룹의 ‘스쿼드(Squad)’ 단위에 모든 업무 권한을 부여했다. 임원부터 부서장과 중간 관리자를 거쳐 직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직급체계를 철폐, 모든 업무를 직급 고하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애자일 조직에 소속된 오렌지라이프 직원들이 Daily stand-up meeting을 하면서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는 모습. <사진=오렌지라이프>

그 결과 과거 2개월 가량 걸리던 신상품 준비기간은 애자일 도입 이후 3~4주로 대폭 단축됐다. 상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언더라이팅(인수심사)등 유관 부서가 참여해 실시간 피드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실행 결과 직원들의 책임감과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며 “워라밸, 주52시간 근무제 등 달라진 근로 환경에서 애자일 방식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에 근무하는 이 모 차장은 1개월에 걸쳐 제주도 올레길 총 24코스를 걸어볼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을 돌아보고 재충전 한다는 계획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자기계발을 위해 몇 권의 관련 서적도 가져간다.

직장인이 어떻게 제주도 한달 살기가 가능한걸까.

한화생명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임직원들의 충분한 휴식과 개인역량 발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성과 미래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임원 승진과 직원이 일정직급 이상 승진시 1개월의 안식휴가를 부여한다.

매주 수요일 모든 임직원이 일일DJ로 나서는 라디오 방송도 한다. 임직원이 원고를 작성하고 곡을 선정해 DJ로 나서는 것도 방송을 통해 정시퇴근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은 오후 5시50분부터 시작되는 방송과 음악을 들으며 ‘칼퇴’를 준비한다. 팀장급 이상 부서장은 금요일마다 정시퇴근을 의무화했다.

신한생명에 다니는 정 모 차장은 최근 2주 휴가를 얻어 여유롭게 가족과 함께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남은 휴가기간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3~5일이 대부분인 직장인 휴가인데 어떻게 2주간의 긴 휴가가 가능했을까.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은 ‘휴(休) 경영’ 철학으로 ‘선진국처럼 일하고 선진국처럼 쉬자’는 원칙을 강조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빅드림휴가’를 통해 모든 직원은 연속사용을 원칙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춰 14일의 휴가를 갈 수있게 됐다.

이 사장 스스로 퇴근시간을 조정했다. 직원이 몰리는 타이밍을 피해 일찍 사무실을 나오거나 7시 이후 퇴근하는 것이다. 조직이 눈치보지 않도록 하는 배려다.

또 직원 스스로 매일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근무할 수 있는 ‘전일제 시차 출퇴근제’를 보험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신한생명은 직원 스스로 매일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근무할 수 있는 ‘전일제 시차 출퇴근제’를 보험업계 최초로 시작했다.<사진=신한생명>

직원들은 매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단위로 출근시간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직원은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며, 10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7시에 퇴근하면 된다.

농협생명은 퇴근시간이 임박하면 깜짝 생일노래나 프로포즈 노래를 틀어 귀가를 독려한다. 사기 진작을 위함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퇴근 이후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이날은 회사가 정한 ‘가정의 날’로 회식, 야근은 물론 회의가 없다.

가정의 화합을 위해 효도휴가도 제공한다. 직원들은 국내외 가족여행. 효도관광이나 부모 생일잔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은 “워라밸 프로세스를 통해 내부 만족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서비스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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