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사진=해리슨앤컴퍼니>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피터 위어 감독의 1998년 영화 ‘트루먼 쇼’는 ‘삶이 통째로 생중계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작은 섬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보험회사원이다. 그에게는 사랑스런 아내와 친절한 이웃들이 언제나 있다. 누가 봐도 그의 삶은 행복해보인다. 

그런데 사실 그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가 사는 섬마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TV쇼 스튜디오이며 이 프로그램 시청자 수는 무려 17억명에 이른다. 1985년 영국 웸블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시청자 수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트루먼은 자신의 삶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일상의 부조리함에 대해 의문을 품고 기행이 아닌 기행을 벌인 끝에 자신의 삶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리고 트루먼은 일상의 생중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20년 전 ‘트루먼쇼’는 일종의 음모론과 같은 영화였다.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불안에서 시작된 상상은 세기말 대중문화의 주류를 이뤘다. 이러한 의심은 ‘트루먼 쇼’를 시작으로 1년 뒤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세기말로부터 무려 19년을 도망쳐 온 지금 조작된 삶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트루먼 쇼’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은 2018년의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1인 미디어의 시대’라는 말은 이제 그리 새로운 말이 아니다. 유튜브와 SNS는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산업의 영역이 됐다. 1인 방송은 콘텐츠 독창성과 질을 갖추게 된다면 그 어떤 직업을 넘어설 정도로 큰돈을 벌 수 있다. 이는 SNS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삶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는 ‘트루먼 쇼’의 세상과 같은 듯 차이가 있다. ‘트루먼 쇼’는 타인에 의해 강제로 삶 전체를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1인 미디어 시대에서는 자의적으로 일상을 공유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생각을 나누기에 1인 미디어는 훌륭한 대화 수단이다. 아마 트루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7억명의 시청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트루먼 쇼’와 ‘1인 미디어’에는 ‘광고’라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트루먼이 조작된 삶을 의심하는 지점은 삶 어딘가에 부자연스럽게 끼어드는 ‘광고’ 때문이다. 물론 이는 갈등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SNS와 유튜브는 돈이 되는 수단이다. 당연히 여기에도 광고가 끼어든다.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광고의 경우 마치 삶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광고된다. 가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볼 때마다 ‘트루먼 쇼’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사실 ‘1인 미디어’는 재미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마음껏 뭔가를 만들어서 선보이고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다만 윤리의식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콘텐츠 선정성에 따른 실패나 예기치 못한 일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여러 곳에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1인 미디어의 선정성과 과도한 결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게다가 SNS는 무방비의 한 개인을 인격살인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5G 시대에는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개인방송 질이 더 나아진다는 의미다. SNS 플랫폼 역시 대용량 미디어를 전송할 수 있도록 더 발전할 것이다. 우리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이 더 크게 열린다는 의미다. 

1인 미디어가 정착하려면 여전히 논의돼야 할 것이 많다. 콘텐츠 문제뿐 아니라 이용자 윤리 문제도 있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악플’ 문제는 1인 미디어에서 더 심각하게 거론된다. 개인 일상에 좀 더 직접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5G 시대에는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간편해진다. 그만큼 간편해지는 것에 따른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트루먼 쇼’ 마지막 장면은 꽤 오싹하다. 트루먼의 목숨을 건 대탈주가 끝나자 시청자들은 “다른 채널에 뭐하나” 싶어 채널을 돌린다. 1인 미디어 시대의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관계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1인 미디어가 더 보편화 될 5G 시대에 과학이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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