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인 A씨는 이달 퇴사를 결심했다. 10년 넘게 개발자로 살았지만 얻은 것은 손목터널 증후군에 허리디스크뿐이다. 그저 개발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해 온 일이지만 연차가 쌓이니 관리직 전환을 종용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능력으로 평가받고 싶은 것이 개발자 욕심이다. 

SW 고급개발자가 줄고 있다. SW 업계서 ‘사람없다’는 말은 오래됐지만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엔 인재기근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업계 투정과 달리 10년 이상 경력 고급개발자들은 할 말이 많다.

16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경력별 SW전문 인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년 이상 경력 SW전문인력(기술에 한함)은 총 2만8282명으로 전체 SW전문인력 24만8656명의 11% 수준이다. 10~15년 미만 SW 전문인력은 4만1655명, 17%에 그친다. 3~10년 미만 개발자들이 전체 5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초라한 수치다.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도 이 인재 보릿고개는 계속된다. 오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에 필요한 고급개발자는 전체 인력의 40%다. 지금 상태로라면 고급개발자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SW업계 관계자는 “고급개발자들은 와주는 것만해도 감사한 일”이라며 “그들은 부르는게 값”이라고 토로했다.

경력별 SW전문 인력 현황. 

고급개발자들은 ‘고급개발자들이 버틸 수 없는 산업 구조’를 지적한다. 이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 고급개발자들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취급받거나 어쩔 수 없이 관리직으로 전환하면서 퇴사 수순을 밟는다”고 토로했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SW개발자는 “10년차 이상 개발자들은 연봉효율이 좋지 않다는 명목하에 관리직이나 기술영업으로 전환되면서 퇴사를 결정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서 아웅다웅하면서 연봉이 적은 3~4년차 데려다가 비용 효율만 따지는 산업구조로는 고급개발자 육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대한 싸게, 낮은 연봉 인력을 투입하고 마진을 남겨야 하는 국내시장에서 고급개발자는 그저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10~15년차 정도가 되면 관리직으로 이동하거나 기술영업에 배치된다. 그러나 개발 능력이 아닌 관리자 능력만을 평가받게 되면서 퇴사를 하거나 스타트업 창업, SI 프리랜서 등으로 진로를 변경한다.

또 다른 SW개발자는 “쌓아온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할 시기에 관리직이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개발자들은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직업을 선택한 만큼 나이와 상관 없이 개발능력을 평가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매월 근무지를 이동하고 야근을 일삼는 업무형태도 개발자의 직업수명을 줄인다. 일정치 않은 생활과 과로로 질병을 얻는 것도 부지기수다.

한 SW 개발자는 “올해로 10년차인데 손목터널 증후군은 기본 옵션이고 허리디스크 수술도 받았다”며 “요즘은 파견을 안 가지만 파견가면 여기저기 눈치보느라 일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SW기술자 처우개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양질의 근로환경과 기술자 역량과 자존감 고취를 포함한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IT서비스업의 하도급 관행, 30명 미만 기업이 66.3%를 차지하는 영세성과 공공시장의 제도적 불완전성 등이 인재의 유입을 가로막는 반복적인 악수로 지적되고 있다. 원격지 근무 등 근로환경 개선, 우수한 기술자 검증 및 우대, 기술과 직무수준을 고려한 임금 체계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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