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어렵게 유엔제재위원회로부터 예외를 인정받고 시작한 남북철도공동조사가 400km 경의선 구간에 대한 5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12월 7일부터 열흘간 동해선 800km구간을 조사하게 된다. 공동조사를 완료하게 되면, 이를 토대로 남북한 철도를 어떻게 연결할지, 그리고 북한 철도를 어떻게 현대화하게 될지 결론이 나오고, 이에 따라 공사계획이 마련된다. 이러한 절차 후에 ‘본격적인 공사’ 시작을 알리는 착공식이 있게 된다. 그러니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 핵포기를 견인하려는 미국이 착공식에 민감한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르헨티나에서 가졌던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대통령은 북한 철도 현대화 착공식은 아니더라도, 일단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착수식’을 미국과 상의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북한 철도지원사업 추진 의지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섯 번째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김정은 답방 필요성을 열심히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경제제재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백악관 대변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대북 제재 지속 의지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는 내용만 발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짐작된다.

이번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사실 국내 한반도 국토개발 전략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있어서도 관심사이다. 철도와 도로가 북한에서는 군과 보안성(경찰)이 주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실태가 남한 민간 학자들은 알 수가 없었다. 이번 공동조사 결과가 민간에 공유될 수 있다면 그 실천과는 별개로 할지라도, 한층 정교하고 효율적인 국토개발 전략이 구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한 철도 현대화가 추진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 알쏭달쏭한 북한 철도 현대화 ‘계획이 필요해’ 
우선 궁금한 것은 정부가 언급한 북한 철도 현대화의 개념이다. 북한 철도 현대화가 신호체계 개선과 노후화된 노반을 보수해서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말하는지, 97%가 단선으로 돼 있어 이를 복선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했을 때, 감탄한 고속철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뿐 아니라 도로도 포함돼 있어서, 이번 철도 공동조사는 시작일 뿐이고 향후 도로 연결 및 확충을 위한 연구, 조사 작업도 추진될 것이다. 현재 이러한 남북한 통합교통망 구축사업은 유엔의 경제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연동해서 결정해야 한다. 또, 소요예산이 막대하기 때문에 국회 예산 심의 절차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조급하게 서둘 필요도, 서둘 수도 없다. 따라서 남북한 통합교통망 구축을 통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발상의 전환…시간을 갖고 신기술 대거 적용된 통합교통망 검토해야   
돌이켜 보면, 1년 반 정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제시된 주제의 공약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대통령 후보들은 신정부의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새로운 국가발전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미래형 신산업 발굴 육성, 4차 산업 선도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남북화해 협력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문 정부임에도 한반도 발전전략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문명의 변화를 접목한 구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경협 정책도 지난 정부에서 논의된 남북중, 남북러 협력 사업을 새롭게 네이밍해 ‘한반도신경제지도’라고 부른 것이 전부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했던가, 어차피 현실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이라면 남북한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경협 전략을 긴호흡으로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남북한이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의 혜택을 어떻게 함께 누릴 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령 남북교통망 연결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의 철도, 도로 시스템이 아닌 미래 기술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모빌리티 혁명’이라고 불리는 3대 기술 즉 자율자동차,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날아다니는 택시, 5세대 이동수단인 하이퍼루프 등이 통일 대한민국 국토를 누빌 수 있는 기반을 염두에 둔 북한 교통망 지원이 연구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공상과학처럼 먼 훗날이 기술들이 아니다. 자율자동차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운전자가 위험상황에만 개입하는 4단계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도 2025년 하이퍼루프 시험 운행을 계획 중이며, 우버는 5년 후인 2023년에 날아다니는 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편의성과 안전성 그리고 친환경성 뿐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도 관련 있다. 즉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공유차량의 증가로 주차면적이 현재의 53%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이퍼루프 자율기차는 현재에 비해 철도 활용률을 30% 증가시킨다. 이를 고려하면 미래의 국토개발 구상은 현재의 교통량을 기준으로 요구되는 도로 길이, 총주차면적, 그리고 철로 길이도 다시금 평가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기술과 미래 기술은 국토활용 전략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기왕에 북한 철도, 도로 현대화 사업을 구상하려면, 미래 기술 발전을 고려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진정한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발전전략이 준비되려면 현재의 대북제재 상황이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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