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립과천과학관은 8일 오후 5시 세계적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의 초청강연회를 실시한다. 강연과 함께 행사장 한켠에는 데니스 홍 교수가 로봇공학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된 영화 ‘스타워즈’의 레고 모형과 피규어도 전시한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스타워즈’에 로봇이 나왔었나?”하는 생각이었다. ‘스타워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쓰베이더와 요다, 제다이, 한솔로, 레아공주 등 주요 등장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 맞다! R2D2, 3PO!"라며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로봇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야기를 크게 뒤흔드는 중심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극적인 재미를 주는 ‘감초’ 역할을 맡은 로봇들이었다.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와 ‘라스트 제다이’에도 BB8이라는 귀여운 로봇이 맹활약을 펼쳤다. 또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와 ‘한솔로’ 등 스핀오프 영화들에도 K-2SO와 L3-37 등 개성있는 로봇들이 등장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한 로봇들만 다 합쳐도 로봇의 개성이 이토록 다양하다. 그렇다면 수많은 SF영화에 등장했던 로봇들은 얼마나 다른 개성들을 지니고 있을까.

'월-E'. <사진=소니픽쳐스코리아>

◇ 로봇, 인간의 친구이자 조력자

‘스타워즈’에 등장한 로봇들처럼 로봇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인간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스타워즈’ 외에 가장 사랑스런 로봇은 애니메이션 ‘월-E’에 등장하는 로봇들이다. 환경오염으로 황폐화 된 지구를 버리고 떠난 인간들이 실수로 남겨두고 간 청소로봇 월-E. 태양열 충전식인 탓에 무려 800년 동안 지구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며 혼자 살고 있다. 그런 월-E 앞에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 월-E는 이브를 쫓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우주로 모험을 떠난 월-E는 편리함 속에 퇴화된 인간들을 구하고 지구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버려진 로봇이었던 월-E의 모험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걸작인 ‘아이언 자이언트’ 속 주인공 소년과 교감하며 헌신적으로 싸우는 로봇이 등장한다. 훗날 이 로봇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카메오로 등장해 비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언 자이언트’에서는 소년과 로봇이 친구처럼 교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처럼 소년과 로봇의 교감을 보여주는 영화는 실사영화인 ‘리얼 스틸’에서도 등장한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대신 복싱을 하는 시대에 로봇복싱 트레이너인 찰리 켄튼(휴 잭맨)이 아들 맥스(다코타 고요)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맥스가 우연히 낡은 로봇을 줍게 되고 이 로봇과 복싱경기에 참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얼 스틸’에 등장하는 로봇 ‘아톰’은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신 리모트 컨트롤(RC)과 동작 인식을 통해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톰의 우직한 ‘맷집’은 맥스를 포함해 관객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준다.

영화 '아이, 로봇'.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 새로운 종(種)의 탄생, 인류의 큰 위협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의 친구로 남는 것보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이야기’라는 특징을 감안할 때 극적 갈등을 주기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AI가 자아를 인식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영화 속 미래를 섣불리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SF소설의 거장 아이삭 아시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이, 로봇’은 로봇이 인간에게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삭 아시모프는 1941년 자신의 소설 ‘런어라운드’를 통해 ‘로봇 3원칙’을 처음 언급한다. 여기에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아이, 로봇’은 아이삭 아시모프의 3원칙 속 허점을 파고들어 로봇이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인류를 공격하는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터미네이터’가 있다. 1984년 처음 등장한 이 영화는 ‘사라 코너를 죽여라’는 임무만 프로그래밍된 전투로봇 ‘터미네이터’의 무자비함과 여기서 도망치는 인간들의 추격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군사방어용 AI 프로그램인 ‘스카이넷’이 등장한다. 방어 프로그램인 스카이넷은 ‘아이, 로봇’ 속 로봇들처럼 자아를 인식해 인류를 공격하게 되고 세상은 최악의 핵전쟁 속에 멸망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공격한다’는 아이러니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도 등장한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방어용 AI로 개발한 ‘울트론’이 딥러닝 과정에서 어벤져스를 적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공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울트론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인류를 멸종시키는 길을 선택한다.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 1층 정문 앞에 전시된 레고 스타워즈 모형. <사진=국립과천과학관>

AI 발달이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진데다 LG전자 등 국내외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뛰어들면서 로봇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닌 현실이 됐다. 

이야기 속에서 로봇이 우리의 친구로 등장하는 것은 인간의 외로움이 빚어낸 바람에 가깝다. 주로 로봇은 외로운 아이에게 다가가 친구가 된다. 그리고 로봇이 인류를 공격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로봇이 어떤 얼굴로 인류를 맞이하느냐는 인류가 어떤 마음으로 로봇을 만드는가에 달렸다. 대인관계에서도 상대가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는 본인 하기에 달린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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