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책임 경영’보다는 지배력과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나 위원회는 외형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었지만 실질 작동은 미흡한 ‘보여주기식’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1884개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84개사(21.8%)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8.7%(155개)에 불과했다.

2015년 이후 연속 분석대상 집단(21개집단, 1006개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계속 하락(18.4%→15.8%)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5.4%로 변동이 없었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만큼 ‘책임 경영’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총수일가는 기업집단의 지배력이나 이익 확보에 유리한 회사에는 적극적으로 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386개사를 분석해 보면 주력회사(46.7%),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 등에 집중돼 있다. 전체 회사 대비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 21.8%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97개) 중 75.3%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52개) 및 ‘사각지대’ 회사(21개사)였다.

공익법인 152개를 보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59개)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78.0%였다. 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공익법인(93개)의 등재 비율은 39.8%로 절반 가까이 낮았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이 14개에 이르고 총수 2·3세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한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사 등재가 안 됐음에도 경영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등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아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작동 현황을 보면 내부 감시 기능을 높이려는 장치들은 도입됐지만 실효성은 미흡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56개 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 사외이사 총 787명의 이사회 참석률은 95.3%였다. 하지만 최근 1년간(지난해 5월~올해 4월) 이사회 안건 5984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고작 0.43%인 26건에 불과했다. 99.57%가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얘기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810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단 2건이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됐을 뿐 나머지는 원안 가결됐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상장회사는 법상 최소 기준을 상회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법률상 의무가 없지만 설치 비율이 2014년 23.1%에서 올해 35.6%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상장사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1501건 가운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8건(보류 1건, 수정의결 6건, 부결 1건)에 불과했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 안건은 100% 원안 가결됐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1년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기업집단 소속 211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안건 총 1362건)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한 의결권 비율은 73.8%이며 찬성은 89.7%, 반대 10.3%였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지정된 26개 집단을 비교하면 의결권 행사비율은 지난해 71.5%에서 올해 77.9%로, 반대 비율은 5.8%에서 9.5%로 증가했다. 해외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대 비율 차이도 작년 5.1%포인트에서 올해 0.4%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소수주주를 위한 제도는 도입만 되고 실제 행사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중투표제(2명 이상 이사 선임 때 주주에게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는 253개 상장사 중 4.4%인 11개사가 도입했지만 실제 행사된 경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 한 건도 없었다.

서면투표제는 8.3%인 21개사가 도입했는데 이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곳은 5.1%(13개사)에 불과했다.

전자투표제 역시 25.7%에 달하는 65개사가 도입했지만 이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22.1%(56개사)에 머물렀다.

이들 세 가지 제도의 도입률을 전체 상장사(1984개)와 비교하면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가 오히려 낮았다.

향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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