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망대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사용된 철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최근 연이어 해외 원전사업 수주가 불발되면서 ‘탈원전 정책 여파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과 원전 수주는 별개”라며 반론을 펼치고 있지만 반작용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면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인 행보”라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년 사이 영국과 UAE에 이어 최근 사우디와 체코 등 한국의 원전 수주 시도마다 불발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이상 징후가 감지된 원전은 영국 무어사이드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무어사이드 원전 자회사 ‘뉴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을 선정했지만 8개월 만인 지난 8월 지위를 해지했다.

주목할 점은 도시바는 한전을 해지한 이후 캐나다 원전기업 브룩필드, 중국 국영 원전기업 중국광핵집단(CGN)에도 뉴젠 매각을 타진했다는 점이다. 타진이 불발되자 뉴젠을 청산했지만 결국 한전에게는 협상 기회를 다시 주지 않았다.

영국 원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운영권도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9년 190억 달러 규모 UAE  바라카원전을 수주했다. 하지만 UAE는 돌연 장기서비스계약(LTSA) 경쟁입찰을 실시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입찰 방식이 경쟁입찰로 바뀐 시점은 한국에 탈원전정책이 시행되던 2017년이었다.

설계수명이 평균 60년인 원전은 운영와 유지 관리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온다는 게 원전 업계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바라카원전과 관련해 ‘독점운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야당은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국회 에너지특위에서 곽대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을 만든지 1년 만에 프랑스 원전업체가 UAE 원전계약을 따냈다”며 정부와 한전을 몰아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 신규원전 수주에서도 한국은 외면 받고 있다. 사우디는 올 7월 1400메가와트(MW)급 2기 규모 신규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을 선정했다. 외신 소식통은 사우디 정부가 이 가운데 예비사업자로 미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사우디는 한국 아닌 미국 기술로 원전을 짓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는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가 물 건너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수 원전 전문가들은 “높은 원전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이 같이 해외에서 외면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공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원전 연구자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신재생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원전 수출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같은 행보는 원전을 도입하려는 해외 국가들에게 모순된 행보로 비춰질 것이다”라며 “원전 기술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궁극적으로 탈원전으로 방향 설정을 한다면 불안감을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원전업계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궤도수정을 하지 않고 있다. 탈원전과 원전 수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나 1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외교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적극적으로 한국 원전 기술 홍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를 운영 중이며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사고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ㆍ관리 경험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측은 “한국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국토가 협소해 원전이 밀집될 경우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안은 국가별 특성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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