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가 3세인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부회장과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의 대조적인 경영권 승계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재계와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은 올 한해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해왔으나 지난 5월 현대모비스 글로벌서비스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데 이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최근 사내유보금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하며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분할합병 후 대주주와 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통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뤄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엘리엇의 공세와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루이스 글래스, 기관투자가서비스(ISS)가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힌데 이어 국내 대표 자문사들마저 반대에 나서면서 개편안이 백지화됐다.

정의선 부회장이 오너십을 행사하려면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7%, 현대자동차 주식 5%, 현대제철 주식 12%를 넘겨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65% 상당의 상속세와 추가 주식 확보를 위해 8조원이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자금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최근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전반의 실적이 나빠진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현대차 3분기 매출액은 1.0%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76.0%, 67.1%, 67.4%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치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대로 추락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도 이런 사정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SK그룹과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생각하고 있지만 경영사정이 워낙 나빠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3세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부회장과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반면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 부자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사업 부문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먼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업이 LNG선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며 수주 금액이 124억달러를 기록, 올해 목표치 132억달러에 성큼 다가섰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47척 중 절반이 넘는 24척을 수주했다. 여기 힘입어 계열사별 경영효율화 작업도 한창이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로 인해 선박 장착용 스크러버가 호황을 이루며 정 부사장이 이끄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고속 성장을 구가중이다.

정 부사장은 최근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에서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직으로 임명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까지 3개의 주요 직책을 담당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상장 역시 최근 회계감리라는 복병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2조원 가량의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지난 30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치고 오너경영체체로 전환될 것인가가 재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우선 각 사업부의 분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고리는 끊어냈다. 그룹측은 지난 3월 현대로보틱스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꿨으며 이후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과 합병하며 현대중공업 지분 3.9%를 현대중공업지주가 매입토록 했다.

다만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을 각각 25.8%, 5.1% 보유하고 있다. 이는 총수일가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이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가 변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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