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 전 MC사업본부장.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가 28일 미래 전략사업의 조기육성과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업계가 주목한 것은 스마트폰을 전담하는 MC사업본부장을 1년만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MC사업본부를 전담할 새 임원을 선임하지 않고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에게 겸직하도록 했다. MC사업본부장 겸직은 8년 만의 일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에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내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을 하나로 모은 ‘로봇사업센터’를 만들고 자동차 전장사업을 강화한 ‘자율주행사업Task’를 신설했다.

또 전자 내 각 사업본부 간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융복합사업개발센터’도 ‘융복한사업개발부문’으로 승격하고 황정환 부사장을 유임시켰다. 

황 부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MC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도 겸했다. 그러나 융복합사업개발부문 역할이 커지면서 황 부사장이 이 부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MC사업본부장에서 내려오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MC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교체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임 MC사업본부장을 맡은 조준호 사장(현 LG인화원장)이나 박종석 사장 모두 3년씩 MC사업본부를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업부문을 맡기면 성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2년은 기다려준다”고 말했으나 황 부사장은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특히 MC사업본부는 적자가 3년 넘게 이어진 만큼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하기 어렵다. 황 부사장 역시 “내후년 쯤에는 실적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길게 내다봤다. 

권봉석 사장에게 MC사업본부장을 겸하게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MC사업본부장이 다른 사업본부장과 겸직을 하게 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2012년 MC사업본부에서 상품기획그룹장을 맡은 바 있으며 2014년까지 지주사인 ㈜LG의 시너지팀장을 맡다가 2015년부터 HE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LG전자 측은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에서 이뤄낸 OLED TV 성공체험과 1등 DNA를 MC사업본부에 이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8K TV의 경쟁이 심화되는 데다 중국 TV기업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권 사장이 TV와 스마트폰을 둘 다 책임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내년 5월부터 OLED 8K 패널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LG전자도 6월쯤 OLED 8K TV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MC사업본부에서 그동안 일정대로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G8씽큐(가칭)를 3월 중 내놓을 경우 일정이 분산된다. 

또한 내년은 5G 상용화 원년이자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중심으로 폴더블폰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마트폰 사업 전반에 있어서도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에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질적인 적자가 이어진데다 미래 사업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MC사업본부는 고질적인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영역을 줄여왔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C사업본부 임직원은 2017년 12월 기준 4993명이었으나 올해 9월 30일 기준 4155명으로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에서 실적이 좋고 자동차 전장부품 등 미래사업에 투자를 확대한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MC사업본부는 올 3분기에도 146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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