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환경부 고위직 공무원 인사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환경단체 출신이 대거 포진된 위원회는 날로 커지고 있어 정부가 실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환경부 조직 및 산하 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업무공백이 장기화는 모습이다. 기후환경정책관과 상하수도정책관 등 주요 실·국장 공백 상태가 3개월을 넘어섰다.

지난 8월 박천규 전 기획조정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한 이후 3개월 동안 공석이던 기조실장은 박광석 자연환경정책실장이 맡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연환경정책실장은 공석이 됐다.

국립생물자원관장도 지난 1월 이후 후임자가 없다. 산하기관 가운데에서는 최근 이사장 선임을 진행 중인 한국환경공단 역시 감사, 경영기획본부장이 공석이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자리도 8개월째 비어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물관리 일원화로 수자원공사를 흡수했지만 정작 상하수도 정책관이라는 주요 국장직을 비워두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토부에서 이관된 수자원정책국이 모든 일을 하다 보니 교통정리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고”고 말했다.

반면에 환경운동단체 출신이 대거 포함된 자문위원회는 매머드급이다. 중앙환경정책위원회를 비롯한 환경부 산하 위원회는 총 17개로 위원수는 529명에 달한다. 환경부 직원수 590여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앙환경위는 장관을 위원장으로 ‘국가환경 종합계획’ 등 중장기계획을 자문, 심의하는 기구다. 하지만 전체위원 120명 가운데 73명이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특정 단체 출신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위원장을 역임한 김은경 전 장관 역시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출신이었다. 김 장관 퇴임 이후에도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장용철 충남대 교수, 탈원전 운동가인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등이 주요 멤버다.

중앙환경위뿐 아니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 국가습지심의위원회, 국립공원위원회, 빛공해방지위원회, 석면피해구제재심사위원회, 장거리이동오염물질대책위원회 등 나머지 위원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장이 위원직을 겸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공공기관장 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으로 올라 있다. 중앙환경위 상임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환경운동연합 의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펼치는 위원도 눈에 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 등은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은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 출신들이 이렇게 많이 중요 정책위원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그간의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환경부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인선이 마무리된 만큼 본격적으로 업무 체제를 정비해 실·국장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영석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은 “내달 초면 본부 기준으로 빠진 자리를 모두 채울 예정”이라며 “공공기관 역시 공백 없게 하기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해 중립적 행정을 포기하게 되면, 목소리가 큰 세력에 의해 정책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특정 환경운동 단체가 아니라 오랫동안 환경 정책 분야에서 단련된 전문가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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