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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화재로 마비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무엇을 남겼나 [이뉴스TV]

[이뉴스투데이 안경선 기자] 지난 주말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며 정부와 기업에도 많은 숙제를 안겨줬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발생해 한국전력은 긴급히 전기를 차단했고 소방당국은 330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해 화재진압 작업을 벌였다. 현장 진입 난항으로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맨홀 뚜껑을 열고 소화물질을 넣는 방식으로 진화작업이 진행됐으며 3시간여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 화재로 인해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 서울 전역의 약 25% 지역에서 통신 서비스가 먹통이 됐으며 화재 피해에 대해 황창규 KT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과를 전했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통신선만 있는 시설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역 소상공인, 일반인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통신장애가 발생한 지역 일대에 KT를 통한 카드결제, 배달앱 등 서비스가 마비되었고 편의점은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POS)가 먹통이 되면서 주말 내내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은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현금 결제 여부를 묻고, 현금이 없는 손님들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일주일 매출의 절반 가량이 주말에 발생하는데 이번 KT 화재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속이 탔다”며 “특히 화재 당일이었던 토요일의 경우는 로또 대목 날인데 로또 판매기도 장애가 발생해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소연했다.

119 신고 전화가 먹통이 돼 70대 노인이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76살 주 모씨는 지난 25일 새벽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주 씨의 남편이 119에 신고하려 했지만 전화는 먹통이었고, 근처에 살던 아들의 말에 따라 휴대전화 긴급통화로 전화를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20분을 넘게 허비한 끝에 집 밖으로 뛰쳐나간 남편이 다른 사람의 전화를 빌려 119에 간신히 신고해 구급대가 3분 만에 도착했지만 주 씨는 끝내 숨졌다. 유가족은 “통신장애만 없었으면, 119가 전화만 돼서 바로만 왔으면 저희 어머니는 허망하게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이번 통신마비 사태는 예견된 인재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KT 전무 출신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트워크 분산이나 사고시 우회경로 구축 등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며 우회경로의 미구축이 이번 장애가 길어지고 있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송 의원은 “예를 들어 마포에서 신천가는 케이블이 끊어졌다면, 그 장비 간에 연락하는 다른 우회경로 케이블을 연결해 작동시켜야 하는데, 그 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현과 마포 등 오래된 통신국사 시설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안일한 관리실태와 함께 ‘안전 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국가중요시설 A~C등급 80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전수 점검한다. 그러나 전체 835개 D등급 통신시설 중 하나인 KT 아현지사는 정부가 아닌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곳이다. 통신구가 500m 미만이라 스프링클러 의무화도 지정돼 있지 않다.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즉각적인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다. 여,야의원들 또한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KT가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한 목소리로 질타하기도 했다.

비용절감을 위한 KT 국사 효율화 작업이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민영화 후 통신 공공성 개념보다 수익 극대화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장비를 집중시키게 됐고, 장비를 뺀 건물은 매각하거나 임대사업으로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또 “민영화 기업인만큼 수익 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공공성 추구와 충돌할 수 있고, 관리감독하는 과기정통부는 둔감하게 대응해 이런 사고가 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명민 과기정통부 장관 또한 “D등급은 군이나 구, 일부 지역에 피해가 크지 않은 쪽에 두고 통신사 자체적으로 점검하도록 맡겨놨었다”며 “KT가 국사효율화를 통해 D등급인데도 많은 것을 집중시켰다. 말하자면 용량을 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4분의 1을 블랙아웃에 빠트린 KT 화재, 정부와 기업의 부실한 관리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도심 마비사태는 계속 될 것이다.

안경선 기자  ksnahn@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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