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들이 지난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백지화하기로 한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원자력업계 등에 따르면 대만에서 국민투표로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는 전기사업법이 폐기되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유사한 정책을 펼쳐온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에도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대만은 지난 주말 지방선거와 함께 탈원전 법조항 폐지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 530만 5000표로 반대 362만 5286표보다 167만표 이상 많았다. 투표자의 50% 이상,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 동시 찬성조건을 만족시키며 그간 중단된 원자력 발전 재가동을 선언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 국민은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 생산량을 매년 최소 평균 1% 줄이는데 동의하냐는 국민투표 안건에도 찬성하면서, 원자력은 살리고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것이 '친환경 에너지 믹스' 부문 국민적 동의를 이뤄냈다.

원전 찬성 비율이 과반을 넘어서는 이번 대만 투표 결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 68%가 원자력발전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하는 한국의 상황과 닮았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부  관계자는 "대만 사례를 너무 우리에 투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따로 떼어내 국민 의사를 물은데 의미가 있다”며 “대부분 국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세울 때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가장 큰 탈석탄을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그러면서 “정부 탈원전 정책은 아주 예외적인 독일을 복사하다시피한 것이어서 화석연료를 줄이려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원전을 살리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이 지구온난화 재앙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5도 상승 억제에 맞춰야 한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현재 32.5%로 설정한 감축 목표를 48%까지는 끌어올려야 권고를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전경.

원자력업계는 이번 투표 결과에 힘입어 정부가 탈원전 기조만 바꿀 수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교수는 “독일을 따라가다가는 인프라 뿐만아니라 기술인력 부족으로 원전 안전 문제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신한울 3·4호기가 아직 살아 있는 만큼 정부가 탈원전을 기조로 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 종결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과 법적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그간 신한울 3·4호기를 위한 원자로,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을 제작했다. 투입비용은 5000억원 이상으로 한수원측이 본 계약 종료를 결정하면 보상을 해야 한다.

다만, 한수원이 최근 공개한 반기보고서에는 한울 3·4호기 백지화에 따른 영업 외 비용 7282억원이 올 2분기에 미리 반영된 바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보상 문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언제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돼 사업 종료가 의결될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경영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미리 인식하는 게 분식과 다를게 뭐냐”며 “정부가 탈원전 기조만 바꾼다면 한수원도 부담을 덜고 건설이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감이 바닥난 두산중공업 상황은 엄중하다.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발전 부문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85.5% 급감했고, 같은 기간 매출도 11.6% 줄었다. 전체 임원의 35%가 퇴임했고 내년부터는 순환 무급 휴직을 계획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두산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풍력발전 블레이드(날개) 부문인데 작은 것은 20억, 큰 것은 50억원짜리 한 두 개씩 팔리는 수준”이라며 “원전 수출은커녕 발전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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