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선업 살리기 의지가 자칫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140척 발주와 1조7000억 금융지원을 골자로 하는 중소 조선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상 유지도 어려워 고사로 치닫는 조선소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기존 정책이 가진 문제 해결 노력 없이,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고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먼저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것은 최근 줄도산하고 있는 중소업계가 일감을 얻도록 유도해 살려보겠다는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영국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는 올해 1~10월 세계 누계 발주량 2305만CGT 가운데 1026만CGT(224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45%)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중국 31%를 크게 제치고 있어 올해 수주량 세계 1위가 유력하다.

이는 최근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LNG선 싹쓸이에 따른 것이지만 범용 선박부문에서 중국의 저가공세 등에 밀린 성동, 대한, 대선, STX 등 중소조선소의 수주는 이들의 1%도 안되는 10만1000CGT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 LNG 벙커링(연료공급) 인프라 구축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전기선박 개발에 6000억원, 자율운항선박 기자재와 시스템 개발, 실증 등에 5000억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공장을 조선소에 도입하는 '스마트 K야드 프로젝트'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투입 예산만 약 1조5000억원인 3개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기고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덩치만 커 보일 뿐 실속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먼저 수소연료, 온실가스저감, 자율운항선, 스마트 K-야드는 대형사와 정부연구소에 예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에 정부는 후속 발표로 중형선박 설계경쟁력 강화사업에 297억원, 중견조선소 혁신성장 개발 사업에 39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업계 요구사항이 담기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소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추진선은 연료탱크 타입에 따라 A, B, C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중소형선박에 적용되누 C타입은 국내 중소조선소 대부분 건조 가능하다"며 "다른 기자재 기술력 강화가 중요한 것이지 건조는 더이상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조가 넘게 투입되는 친환경 LNG 벙커링 기술은 해운사의 운영비용을 가중시키고, 중소업계에 큰 이익이 없는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벙커링은 각 항만공사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입지조건 등 행정적 문제가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다.  

또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방안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발표안의 핵심은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조선사를 위해 기존 중소조선사 RG 보증 프로그램 규모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70억원 이상 중형선박에도 RG 보증이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일단 무보를 통해 추가로 1000억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현장에서는 "그간 은행권에서 보여온 RG 기피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고려가 없다"는 불만이 많다. 윤성혁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현재 논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에서는 기자재업체가 밀집한 부산의 강서구와 사상구가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앞서 산업위기대응지역내 조선기자재업체의 금융 부담을 완화를 위해 내년까지 1조원 규모 대출·보증 만기 연장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 군산, 경남 거제, 통영‧고성, 창원 진해구, 전남 목포‧영암‧해남, 울산 동구가 해당지역이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조선소가 갈망하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를 집어내고 대안을 마련해야하는데, 이번 정책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수요자들과의 소통이 없었던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정책수요자의 목소리를 직접듣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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