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준 원장(48)은 최근 소통 전문 강사 15년, 사회적 기업 경영 10년, 대학 시간 강사 11년, 기술경영사, 기술평가사 등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4000㎞ 대한민국 대종주 길을 떠났다.

[이뉴스투데이 대전충청취재본부 박희송 기자] 소통 전문 강사 15년, 사회적 기업 경영 10년, 대학 시간 강사 11년, 기술경영사, 기술평가사…이러한 경력을 뒤로 하고 4000㎞ 대한민국 대종주 길을 떠난 유영준 원장(48).

행복 지수가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 “그걸 왜 하세요?”란 질문을 숱하게 받으면서 길을 떠난 그를 만나보았다.

대전 유성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환한 웃음을 가지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사람과 같은 느낌이었다.

“건강은 괜찮으세요?”

인사를 나누고 건강부터 물었다. 유 원장을 소개 받기 전에 지인으로부터 지난 2016년에 디스크가 터져서 2년 가까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네, 저도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특별한 문제없이 걸을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30㎞ 정도는 걸을 수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도 한 결 같이 하는 질문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란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생각났다.

유 원장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주위에서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일에 푹 빠져 있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와 병이 찾아왔다.

공황장애가 뭔지도 모를 때 사무실에서 쓰러진 그는 몇 번의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서야 병원을 찾아갔고 그것이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삶의 패턴은 크게 변화지 않았고 점점 삶에 대한 자신도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언론에서 매일 같이 마주치는 어려운 경제 현실과 행복하지 않은 삶은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인 “왜 살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지?”란 질문이 갈수록 빈번해 질 즈음 유 원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국토대종주를 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준비한 거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달정도 산을 다니면서 그의 몸 상태를 점검한 것이 전부였다.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하든지 A안 B안 다 준비하고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그에게 이렇게 아무런 준비없이, 그것도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기로 한 엄청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좀 무모하게 도전하신 것 같은데 불안하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처음엔 좀 그런게 있었어요? 뭔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미뤄놓은 것처럼 찝찝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들었구요. 원래 제 성격하고는 전혀 맞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유 원장은 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그 동안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하고 계획하고 계획한 것을 준비하는 동안 포기하고 말았던 일이 너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고민하고 준비할수록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고, 위험 부담도 커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떠나기로 했어요. 오히려 더 준비가 필요한 일인데도요. 떠나고 직접 걸어보고서야 알게 됐어요. 그 동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놓쳤구나라는 것을요.”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지옥은 훌륭한 변명과 핑계, 소원이 가득한 곳이라고. 이제 초반이지만 그래도 동해안 절반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일단 시작했다는거요.”

“아마 이것저것 고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했다면 아직도 떠나지 못했을거예요. 어쩌면 생각만 하고 영영 시도조차 못했을지도 모르구요. 준비라는 것을 핑계로 망설이다가 포기했던 일들이 많았지요. 그렇다고 준비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예요. 이번에 동해안 마무리 하러 갈 때는 지난번 걸었던 것을 토대로 쉽게 일정을 작성했어요.”

“해보기 전에 처음부터 잘 준비하려고 했더라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겁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들을 챙기고, 정작 필요한 것은 또 못 챙기고 이랬을지도 모르는데 일단 해보고 나니까 이번 준비는 정말 간단하고 편하게 했어요.”

유 원장은 11월달 중으로 동해안 일주를 마무리 하고 12월에는 남해안 일주를 할 계획이다.

벌써 몇몇 지인들로부터 하루 또는 이틀 정도 함께 걷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도전에 지인들은 그의 건강을 염려하고 그의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걱정해준다.

또 일을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도 빼놓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지금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든 심리적 두려움이 크다. 그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올리비아라는 영국 여성은 24살의 나이에 히치하이킹과 숙박 공유 서비스를 활용한 세계 여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은 벌써 3주째 머무르고 있는 그녀는 지인들이 걱정에도 그녀의 미래를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현실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우리의 변화와 도전을 가로막는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다르게 살 기회, 지금보다 더 나아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다.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이 된다면, 그리고 현재의 삶이 지치고 두려움이 쌓여 있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유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고민도 계획도 미뤄두고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는 거다.

망설임은 우리에게 그것을 하지 말라는 그럴싸한 이유가 끊임없이 떠오르게 한다.

무엇인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단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동해안 마무리를 하러 다시 길을 떠나는 유 원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두려워서 포기했던 일들이 어떤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혹시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유 원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요. 해 주고 싶은 말보다는…제 얘기로 하면 국토대종주를 시작하면서 ‘끝까지 다 완주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만약 완주할 목표에 대한 집착이 컸다면 실패할 여러 가지 이유들이 막 떠올랐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기로 했어요. 일단 출발하고 아침에 눈뜨면 어제에 이어서 또 걷고…그랬더니 쓸데없는 걱정도 안 생기고 하루하루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어요. 최종점이 목표가 아니라 하루 걸으면서 하루치 결과를 얻고 반나절 걸으면 반나절 목표를 달성한거니까 큰 부담없이 걸어보려구요.”

매일 마감을 고민하고, 목적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잠시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미팅이었다.

향후에 그의 길 여정에서 얻는 것들, 만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들어봐야겠다.

유영준 원장(48)은 최근 소통 전문 강사 15년, 사회적 기업 경영 10년, 대학 시간 강사 11년, 기술경영사, 기술평가사 등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4000㎞ 대한민국 대종주 길을 떠났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