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통령이 임기동안 수많은 국가 공동체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활동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대한 문제를 처리한다고 해서, 직접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는 것이 아니다. 또 대통령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유가족을 찾아가 포옹해 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행위의 대부분은 사실 말로 이뤄진다. 대통령은 한 순간도 잠잠할 새 없는 국가 공동체 내의 문제들의 해결책을 말로 지시한다. 나름의 해결책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법적 효력을 갖도록 만들어 추진되기도 하고,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가공돼 각 부처가 이행토록 한다. 또 여당은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국민들에게 열심히 대통령의 결정 사항을 설득해서 동의구조를 구축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무형의 말이 국가 행위로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국민은 이 말에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이해에 따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거나 육성으로 듣게 되는 경우 또한 매우 드물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생각과 결정사항은 대신 말해주는 사람 즉 대변인에 의해서 기자들에게 전해지고, 이것을 기자들이 다루게 되면 비로소 국민은 알게 된다. 결국 대통령의 국정행위는 말이고, 이 말은 대변인에 의해 국민의 인식 범위 내로 들어온다.

이렇게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행위를 인식하게 되는 경로를 되짚은 이유는 대변인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대변인의 입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인식하게 되고,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게 돼 그 역할은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문제에 대한 연이은 실수로 야당에게 비판을 받아야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이 위헌이라며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요구한 야당에 북한은 국가가 아니어서 국회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회비준동의를 요청한 것과 반대되는 태도였다.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과 남북경협 의지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얼마 후 뉴욕타임즈(NYT)가 북한의 삭간몰(실제 지명은 삿갓마을)에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활동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며 '기만'(great deception)'이라고 비난한 부분에 대해 우리 대변인은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어 속인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연히 야당은 북한의 대변인이냐며 반발했다. 해당 사례를 보면 청와대의 대응은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도,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려운 말로 정쟁만 촉발시켰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연이은 대변인의 ‘실수성 논평’을 보며, 과연 북한 문제를 브리핑하는 또 다른 대변인 즉 가칭 안보대변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 시스템의 문제라면 안보대변인 신설 검토를… 
우선 청와대 내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 대변인의 실수가 정책결정과정에서의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빚어진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사실 현재의 청와대는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하는 경호실비서실을 제외하고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조직은 두 개다.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다. 정부조직법에도 명시된 조직으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지만 법적으로 별개의 두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비서실장이 국가안보실 회의에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게 보인다. 비서실장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것이다.

이러한 청와대 조직 구성상 대통령 비서실 소속인 대변인이 국가안보실 내에서 논의되고 통제되는 사항에 대한 파악이 미흡하거나 늦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내에 경제, 사회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대변인과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안보실 소속의 안보대변인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 
그런데 단순히 앞에서 언급한 대변인의 부적절한 언론대응이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면 사실 해결책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즉 북한 문제에 대한 대변인의 옹호성 해명이 정보흐름에서 분리된 비서실 대변인의 실책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의 흐름과 기류를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대통령의 9월 유엔연설과 미언론과의 인터뷰 활동을 두고 국내 야당의 비판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외국언론조차도 독재자 김정은에 대해 칭송의 노래를 부르는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남북한 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제재 지속 국면에서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진도를 내겠다며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언론은 주로 수석비서관을 핵심관계자로 표현한다)는 한 번도 북한 스스로 비핵화라고 얘기한 적이 없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전략적 속내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같은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러한 청와대 사람들의 입장을 보면 비단 청와대 대변인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한 사람의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즉 정권 자체가 한마음으로 우리민족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대변인의 북한 논평은 안보대변인이 신설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정권을 친북좌파라고 비판하는 반쪽과 남북경협이 경제발전의 돌파구라는 반쪽으로 더욱 명확하게 갈라지고 있다. 작금의 현상에 대한 정치적인 유불리 산법에만 몰두해 있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불편함과 불안함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던 2018년의 남은 한 달, 평화로운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부흥전략을 새롭게 점검해 봐야한다. 평화로운 북핵 포기의 길은 결국 미국과 대한민국의 합동 전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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