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BOK-BIS 공동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아태지역 금융·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외 충격으로 인한 자본 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한은과 국제결제은행(BIS)이 ‘아태지역 채권 시장의 구조, 참가자 및 가격 형성’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아태지역 채권 시장 발달은 금융시장 발전과 정책 운용에 많은 긍정적 기여와 함께 적지 않은 부담을 동시에 초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아태지역 채권 시장 발달이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유효성을 높이고 외국인 자본 유입 경로를 다양화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역내 채권 보유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외풍에 한층 취약해지게 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채권 금리가 글로벌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다.

그간 대거 유입된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반전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대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실제로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글로벌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흔들린 바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아태지역의 금융·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 전반의 복원력 강화, 금융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제 협력, 채권 시장 구조 강화 노력 등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대외 충격으로 인한 자본 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상수지 개선, 외화 보유액 확충, 환율 유연성 확대 등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제공조를 지속해야 한다”며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아시아 채권 시장 이니셔티브(ABMI), 아시아채권기금(ABF) 등으로 이미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앞으로도 아시아 역내 차원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BIS 등 국제기구와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채권 시장 투자자 다변화,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발행·유통 제도 선진화 등 시장의 하부구조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계속 기울여나가야 한다”며 “채권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확대함으로써 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카르도 카바예로 MIT 교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증대하면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실증 분석 결과 이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응은 자산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방지하고 위험회피 성향을 완화시켰다”고 말했다.

귀네슈 캠버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로 기조를 바꾸면 신흥 시장국 자산에 대해 다시 위험회피 성향이 증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흥 시장국들은 자체적인 정책 대응, 협력 방안을 미리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BOK-BIS 공동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다음 달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선 신중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개회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금리 인상 신중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두고 봐야 하지 않겠냐”며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패트릭 하커 총재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올바른 움직임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면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분별 있는 것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향후 수주간 (경제) 데이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16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전제하고, 추가 금리 인상 시 더 많은 경제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경제가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립금리에 근접한 정책 범위에서 움직일 때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하는 방향으로 주안점을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최소한 내 관점에서는 우리는 특별히 데이터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 벌어진 상황이어서 미국 정책금리 향방은 더욱 주목받는다.

한편 2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콘퍼런스에서는 이외에도 자국 통화표시 국채 수익률 결정요인, 신흥 시장국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지표채권의 발행, 국채 수익률의 기간구조, 신흥 시장국 지역통화채권 수익률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와 채권투자자금의 유출입 영향, 미국과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회사채 활용, 긴축발작 기간 중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기관투자자 역할 등 7개 논문이 발표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개회사를, 에마누엘 묀히 독일 연방은행 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폐회사를 맡는다.

이 외에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리카르도 카바예로 MIT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함준호 고려대 교수 등과 주요 아시아국 중앙은행 정책담당자 등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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