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정부의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확대 움직임에 회계사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도한 업무 부담 등에 회계법인에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휴업 회계사가 많은 상황에서 증원은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젊은 공인회계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 모임'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공인회계사 200여명이 참가해 부실 감사를 초래하는 감사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며 일방적인 회계사 증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현재 회계감사 시장에서 공인회계사 인력 부족은 절대적인 인원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감사 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인회계사들이 회계법인에서 너무 많이 퇴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휴업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에서 이탈한 자리를 1∼3년차 미숙한 회계사들이 채우고 있다"며 "실제로 한 회계법인의 인적 구성을 보면 1∼3년차 회계사가 전체 인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등록 공인회계사 2만75명 중 36.14%에 해당하는 7256명이 휴업 회계사다.

모임 측은 "과도한 업무 시간과 책임, 실무진 부족 등 공인회계사들이 회계법인을 이탈하게 하는 업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선발 인원 증원은 회계법인이 경험이 적은 수습회계사들로만 채워지고 숙련된 등록 회계사는 이탈하는 상황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2000년까지 매년 400∼500명선이다가 2001년부터 1000명을 넘었으며 2009년 이후에는 9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외부감사 대상 확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계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선발 인원을 완만하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최근 '국내 공인회계사 노동시장의 적정 규모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금융위는 공고에서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 등에 따른 감사업무량 증가, 주 52시간제 시행 등 환경 변화에 따라 회계 전문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공인회계사 선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회계업계에서는 수요가 증가한다고 무턱대고 선발 인원을 늘리는 대신 우선 휴업 회계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도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업종에 나가 있는 회계사 등을 동원하면 수요를 상당 부분 메꿀 수 있다"며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당장 단기적 수요 때문에 많이 뽑으면 나중에 관리가 어렵다"며 "회계사 한 명이 최소 40년 이상 서비스를 하므로 40∼50년을 보고 수급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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