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다수 뉴타운 구역이 해제된 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 이후 뉴타운·재개발구역이 지속적으로 해제되고 있다. 하지만 해제된 이후 별다른 대안 없이 방치되고 있어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 취임 첫해인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한 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683개 정비구역 가운데 절반을 훨씬 웃도는 393개 구역이 해제됐다.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은 2002년 10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강남·강북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했다.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노후 불량 주택을 재개발하고 도로·공원·학교 등 기반 시설을 정비·확충하는 개념의 정비사업이다. 재개발·재건축보다 대상지역이 넓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많다.

하지만 이후 구역 지정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서울 집값과 전셋값을 끌어올려 투기 대상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쇄도하기도 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뉴타운은 찬밥 신세가 됐다. 뉴타운에 대한 지원을 끊고 해제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주거정책을 이끌어갔다.

박 시장은 취임 첫해인 2012년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 을 발표했다. 정책방향을 대규모개발에서 주거재생으로 전환하고 주민 스스로 사업 추진과 해제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해제된 구역이 별다른 대안 없이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였다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3곳은 건축물 노후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20년 경과된 건축물의 60% 이상인 지역이 전체 해제지역의 87.5%,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건축물이 60% 이상인 지역이 전체 해제지역의 28%로 건축물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제지역은 주택 노후화를 비롯해 무질서한 개발 양상, 빈집 발생 등 대체로 쇠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한 주거비와 임대료 상승 등 경제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종로구 옥인1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이후 한양도성 성곽복원사업에 따라 시장 직권으로 해제가 이뤄졌다. 구역 내 빈집들은 방치된 상태에 차량 접근도 힘든 데다 주차난도 심각하다. 사직2구역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2017년 해제 뒤 지가가 상승하고 다수의 공가가 발생하며 거주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책임자는 “해제지역 대부분은 저층주거지로, 주차공간과 같은 기초생활 인프라가 열악하다”며 “노후주택 정비 개량과 함께 기초 생활인프라 등 물리적 환경개선을 위한 차별화된 정책지원 확대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뉴타운 대상지인 저층주거지는 약 111㎢로 전체 주거지에서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해제지역을 포함한 서울시 저층주거지 전체에 대한 종합관리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거나 수도권에 신규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등 서울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뉴타운 문제는 이 같은 주택공급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출구전략을 시작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주택 공급과 수요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연평균 주택 공급량(약 6만4000가구)은 수요량(약 5만5000가구)보다 많았지만 아파트 공급량(약 3만 가구)은 수요량(약 4만 가구)보다 적었다.

김태섭 주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전체적으로 충분한 공급에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면서 “특히 공급 의존도가 높은 도시정비사업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1실장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은 뉴타운 출구전략 등 도시정비사업 축소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 “해제된 뉴타운 구역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도시재생을 통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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