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시장 및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실적 악화가 반복되자 유병자 실손보험, 펫보험 등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출시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얼어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해율이 높은 유병력자 실손보험이나 펫보험과 같은 특화 상품을 출시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당기순이익은 대부분 하락세를 기록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감소한 9027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현대해상은 3분기 누적 순익으로 10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5% 떨어진 수치다.

DB손해보험도 3분기 별도 순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떨어진 1516억원을 거뒀다. KB손보는 3분기 별도 순익으로 52.4% 감소한 493억원을 기록했다.

손보업계가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는 올해 여름 폭염·폭우 등 요인으로 발생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과 더불어 최근 변화하고 있는 보험업계 시장 판도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촉발된 ‘장수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평균 기대수명은 △2011년 80.6세 △2012년 80.9세 △2013년 81.4세 △2014년 81.8세 △2015년 82.1세 △2016년 82.4세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속 하락하고 있는 출산율로 인해 신계약이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보험업계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4명 △2012년 1.30명 △2013년 1.19명 △2014년 1.21명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밀착형 상품인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의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음에도 보험료 인상에 어려움을 겪어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삼성화재(90.4%), 현대해상(93.8%), DB손보(92.8%), KB손보(94.5%) 등 대형 손보사는 10월 기준 90%가 넘는 손해율을 기록했다.

또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 손해율은 100%대에 이르렀다.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 손해율은 80% 내외로, 1%포인트 오르면 1000억원의 적자 요인이 발생한다.

시장과 업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손보업계는 틈새시장으로 평가받는 유병자·펫 등 특화보험 시장을 겨누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유병자 실손보험과 펫보험 상품 출시 압박도 작용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보험개발원,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 출시·판매 시점을 잡고 논의해왔고, 결국 올해 4월 첫 출시를 맞았다.

또 금융당국은 5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반려동물 보험, 여행자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만 전담해 취급하는 소형보험사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수백억대의 자본금 규제를 완화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신생업체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손보사 가운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농협손보, 흥국화재 등은 유병자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병력이 있는 고객의 가입을 허용한 실손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일반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33.4%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2015년 122.1%, 2016년 131.3%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상품을 팔수록 손해라는 의미다. 업계는 유병자 실손보험은 올해 4월 출범한 만큼 손해율 집계되진 않았지만 일반 상품보다 손해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주춤하면서 손보업계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6개 손보사가 판매하는 유병자 실손보험 판매 건수는 8월 말 기준 1만6806건을 기록했다. 4월 말 4만8373건에 비해 65.26%인 3만1567건이 급감한 셈이다. 유병자 실손보험 판매 건수는 △5월 3만2019건 △6월 2만1496건 △7월 1만9246건 △8월 1만6000건 등 매달 감소 추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유병자 실손보험은 이미 높은 손해율을 기록한 고객의 위험을 인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엄밀히 따지면 타인의 위험을 인수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려견 1000만 시대를 맞아 출시 봇물을 이룬 ‘펫보험’도 마찬가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5일 ‘펫퍼민트 퍼피앤도그(Puppy&Dog)보험’을 출시했다. DB손보는 이달 1일 ‘아이러브펫보험’을 출시하며 시장에 참여했다. 삼성화재도 5일 반려견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배상책임, 사망위로금 등을 보장하는 펫보험 ‘애니펫’을 출시했다.

하지만 미등록 반려견 보험금 지급절차 불확실로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또 비슷한 생김새의 반려견을 학대해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상 이런 사기 범죄가 발생하면 보험 상품 손해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즉, 소비자 수요는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날만한 구조의 상품은 아니라는 의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장수리스크에 출산리크스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다거나 대규모 공판행세를 벌이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며 “펫보험도 판매는 충분히 되겠지만 향후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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