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배의 IF] 트럼프가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파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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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IF] 트럼프가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파기한다면?
  • 이인배
  • 승인 2018.11.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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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원을 민주당에 뺏긴 중간선거 다음날 ‘엄청난(tremendous)’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둘지 않겠다’, ‘제재해제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 ‘협상 판을 먼저 깨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선거를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매우 어색했으나 북한 관련해서는 수차례 같은 용어를 반복했다. 뭔가 믿을 구석이 있다는 것인가? 일단 지난 11월 8일로 예정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방문이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로 취소됐다.

트럼프는 이번 중간선서 선거 유세 도중 중거리핵전력협정(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 Treaty)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INF협정은 1987년 12월 8일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정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 순항미사일과 그 발사대를 1991년 6월  완전히 없애겠다는 합의였다. 실제로 미국이 846기, 소련이 1,846기의 핵미사일을 폐기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INF 협정을 위반했다며 옥신각신했다. 트럼프는 이 협정을 아예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INF협정 폐기여부는 한반도 안보 장세의 자기장에서 벗어난 유럽 안보 현안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는 한반도에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트럼프의 폐기 발언은 러시아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INF 협정을 대체할 신안보 조약에 중국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한 몸인 일본의 고노 외상도 중국을 포함하는 신안보조약 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정부의 중거리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시선이 유럽에서 머물지 않고, 아태지역의 중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 중국에 대한 압박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4차산업혁명 기술 발전을 견제한다. 이와 함께 INF 협정 폐기하게 되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전략(Anti Access Area Denial,  A2AD)의 무력화도 가능하게 된다. 중국은 타국군의 본토 접근을 막기 위한 A2AD 전략에 따라 사거리 1500㎞인 둥평-21D 등 중거리 미사일을 중국 동남해안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INF 협정 폐기로 족쇄가 풀리면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괌과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중거리핵미사일 배치해 둥펑-21D 위협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를 두고 볼 것인지 아니면, 신협정을 통해 중국도 미, 러와 함께 중거리핵미사일 폐기에 동참할 것인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 아태지역의 미국 리더십 재건 
과장된 말투와 자기과시적인 행동들로 지성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국가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차곡차곡 정책으로 실행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공화당의 정강정책 ‘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 리더십’에서 가장 먼저 다루고 있는 부분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책임 문제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인공섬 건설에 대한 우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방향이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로 아태지역에서의 미국 리더십의 재건(restoring)이다. 그리고 ‘승리하는 무역정책’부분에서도 어김없이 중국의 환율조작과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일련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공화당 정강 정책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즉흥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임기 동안(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앞으로도 6년간) 실행해 나갈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는 미중 갈등도 장기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북한식 비핵화’ 현실화돼도 북한은 미국 핵우산 못치운다
우리에게는 미중관계도 중요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핵심이다. 2016년 7월 6일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에 따르면, 북한이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에 끌어들여 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 공개”로 시작해서 “한국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 선포”로 완성된다. 만에 하나 이러한 북한식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서 핵 있는 북한과 주한미군 없는 대한민국 구도를 만들지라도, 미국은 괌과 오키나와 기지를 활용하여 주한미군 없이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전략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트럼프의 INF 협정 폐기 움직임에서 읽어야 할 전략적 의미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숨기고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야 하는 불가능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더라도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내야 하는 두번째 불가능 시나리오를 다시금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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