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12일 대한 상의에서 열린 ‘상의 회장단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현장에서는 규제개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원칙적인 폐지’를 바랍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정부의 미지근한 규제개혁 속도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회장은 중국 ‘제조 2025’를 예로 들며 한국판 산업발전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성 장관을 초청해 상의 회장단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대한·서울상의 회장단 15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상공인 인식은 다소 어둡다”며 “수출 등 일부 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수 업종 수익이 좋지 않은 ‘편중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폐쇄적인 규제 환경과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 등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은 그동안 주효했던 양적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냈고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하향세가 상당기간 진행돼 큰 물꼬를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박 회장은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한국판 산업발전 전략과 파격적 규제 개혁을 꼽았다. 그는 “혁신에 기반한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나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고 함께 협업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조 2025’는 2015년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다. 과거 ‘양적인 면’을 강조한 성장 전략을 벗어나 혁신역량을 키우는 ‘질적인 면’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과 관련해 “역대 정부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개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생명과 안전 같은 필수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는 원칙적인 폐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성윤모 장관(앞줄 왼쪽 네번째)이 상의 회장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 박용하 여수상의 회장<사진=대한상의>

참석한 회장단 역시 규제 개혁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수출이 반도체 업종에 편중돼 있고 중소기업 수출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업종 전반 수출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한 주력산업의 경쟁력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조선·자동차·철강 등 지역경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주력 제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성 장관은 제조업을 혁신하고 민간 중심으로 혁신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회장단 의견에 공감하며 경제계 의견을 수립중인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특히 파격적 규제개혁 요청에 대해 “투자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우리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기업 애로에 대해서는 끝장을 본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창의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 주도 성장전략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정부와 경제계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만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기업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성 장관이 지난달 박 회장과 환담에서 기업인과의 만남을 약속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경제단체를 연이어 방문해 산업계 의견을 적극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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