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증시[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코스피가 13%가량 폭락한 ‘검은 10월’. 공매도의 집중 표적이 된 종목 주가가 특히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투자자가 폭락장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우선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갚는 거래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면 이익이 난다.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데다 사실상 기관·외국인만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손실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주가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주가 급락에 관심을 기울여달라’ ‘대책회의라도 해달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달라’ 등 증시 관련 청원 글은 이달 들어서만 수 백 건이 올라왔다.

지난달 26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 주식시장이 침몰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에는 나흘 만에 2만4000명 이상이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화면

청원을 낸 한 투자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무관심 속에 국내 증시는 침몰하고 있다, 당장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공매도 한시 금지 등 주식 활성화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29일 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을 조성,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코스피가 2000선마저 무너지자 개미들은 냉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10년 이상 주식 투자를 해왔다는 박 모(39)씨는 “코스피가 1800~1900까지 떨어진다는 말이 돌 때 설마설마하면서도 진짜로 2000선이 붕괴될 줄은 몰랐다”며 “보유종목 수익률이 죄다 마이너스 20~30%로 돌아섰고 어떤 종목은 고점 대비 5분의 1이 돼버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원 김 모(46) 씨는 “투자하는 종목들이 떨어지기만 해 너무 힘들다”며 “코스피가 이러다가 1500~1600까지 밀리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식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 등에서는 “구멍가게도 아니고 5000억원 가지고 대체 뭘 한다는 것인가” “주가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만큼 떨어지고 있는데 사태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등 불만 섞인 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한테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이너스통장으로 1억 원가량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는 40대 중반 직장인 정 모 씨는 “바이오와 대북 관련주 등 코스닥 종목을 주로 샀는데 손절매할 새도 없이 폭락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5년차 투자자인 한 모(40) 씨도 “증권사들이 연초까지도 코스피가 3000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하기에 마이너스통장을 써서 투자금을 늘렸는데 그게 독이 됐다”며 “손실 규모가 수천만 원대에 달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원성과는 반대로 공매도는 큰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0월 1~31일 주식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비중이 큰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10개 종목 모두 한 달간 주가 하락률이 두 자릿수 이상이었다.

이 기간 해당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22.81%로 코스피 하락률(13.37%)보다 높았다.

종목별로 보면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종목 중 한일홀딩스의 공매도 거래액은 4조6660억원으로 거래액의 30.56%에 달했다. 이처럼 공매도 거래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인 한일홀딩스의 주가는 10월 한 달 동안 36.21%나 급락했다.

공매도 거래비중이 29.38%인 동서도 주가가 11.19% 내렸다. 아모레G(공매도 비중 27.98%)의 주가는 33.44% 떨어졌고 BGF리테일(25.12%)은 18% 하락했으며 기아차(23.70%)도 19.09% 내렸다.

주가 하락을 기대해 주식을 빌려 판 공매도 투자세력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들 공매도 상위 10개 종목의 공매도 평균가는 모두 10월 말 종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로 수익을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매도 평균가는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을 공매도 거래량으로 나눠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평균가가 최근 주가보다 높으면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낸 것으로 본다.

가령 한일홀딩스의 공매도 평균가는 5만4425원인데 이 종목의 10월말 종가는 4만6250원이다. 공매도 투자자가 한일홀딩스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 평균가에 팔고 최근 종가에 사서 갚았다면 1주당 8175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공매도 투자자의 1주당 수익률이 15.02%에 달하는 셈이다.

같은 식으로 추정하면 공매도 투자세력은 10월 한 달 동안 동서 주식 공매도로 6.26% 수익률을 올렸다. 아모레G(13.93%), BGF리테일(13.52%), 기아차[000270](9.62%) 등 상위 10개 종목으로 평균 10.93%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0.7%에 그쳤다. 외국인의 비중은 69.4%였으며 기관은 29.9%였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는 셈이다. 이는 신용도나 상환 능력이 열악해 현실적으로 개인의 공매도 접근이 제한적인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증시 거래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증시 전체 거래대금 2923조9637억원 가운데 공매도 거래대금은 120조2007억원으로 4.1%였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이 5.5%였고 코스닥시장은 2.4%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은 이 비중이 6.0%, 코스닥시장은 1.9%로 일본(38.7%), 미국(40.3%) 등 해외 주요 증시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금융위는 그동안 공매도 제도가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고 제 가격을 빠르게 찾아주는 순기능이 있었다면서 폐지보다는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개인이 공매도로 대여 가능한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한 차례 발표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가시지 않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형평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개인투자자도 공매도 전략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대여 가능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것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관이 개인에게 직접 주식을 빌려주는 것은 신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 경우 주식을 빌려줄 때 개인과 기관 사이에서 신용위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다른 기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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