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신의칙’을 법적·경제적 측면에서 검토해 보고 근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논란과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후속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업 법적 리스크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은 종래 대법원 판결, 정부 지침을 믿고 노사가 합의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도록 제도를 운영했는데 갑자기 판례가 변경돼 거액의 예기치 못한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의칙’ 쟁점과 관련해 같은 사건임에도 심급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선고되는 등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일각에서는 ‘로또 판결’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총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에도 현장의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2013년 판결이 통상임금에 관한 노사 합의와 관행을 결정적 요소로 고려하지 않고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영상황을 신의칙 요건 중 하나로 본 것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의거한 노사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신의칙을 적용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신의칙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외부적 사법분쟁 결과에 따라 회사가 예상치 못한 거액의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면 기업 국제경쟁력에 치명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게 과거 통상임금 합의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있다면 설사 근로기준법에 따른 추가법정수당 청구라 하더라도 신의칙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본질적․핵심적 요소는 ‘계약 상대방(기업)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보다 높은 신뢰가 있는가’이지 ‘추가수당 지출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는가’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인 사실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 등 일부 하급심 법원은 신의칙 판단을 위한 핵심 요소를 간과하고 기업의 경영 상황만을 고려해 법관 자의적인 시각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급심 법원이 과거 임금협약 당시 노사 합의에 대한 회사의 높은 신뢰를 확인하고도 합의에 반해 추가법정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황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추정적인 예측에만 집중해 회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은 총 인건비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하기 때문에 노사 합의에 따라 임금액을 정했다면 이미 정당하게 근로의 대가를 지급한 것인데도 사용자가 추가법정수당을 체불해 무상으로 이익을 향유했다는 논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을 간과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은 사법부에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법부가 적극적인 판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소송에 따른 추가법정수당을 감당한다면 총 5만500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노동비용 증가는 자동화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는데 특히 자동차산업 등 기계 조작·조립 등 반복업무가 많은 직종에서 일자리 대체 위험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16조770억원의 생산이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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