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내년 초부터 공공택지에 짓는 주택 분양원가를 공개한다. 분양 원가 공개는 건설사가 공사비를 부풀려 분양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되레 건설사가 분양공급을 줄여 집값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가 분양원가 공개법 철회를 마치는 대로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주택 분양원가 공개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주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년 1월 중에는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개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 3개, 공사비 5개, 간접비 3개, 기타비용 1개 등 4개 항목 12개다. 제도가 시행되면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12개에서 2012년 이전 수준인 61개로 늘어난다. 공사비 항목은 토목이 다시 세분돼 토공사, 흙막이공사 등 13개로 늘어나고 건축은 23개, 기계설비는 9개로 증가하는 등 총 50개로 대폭 불어난다.

그동안 분양가가 분양원가와 적정 이윤을 합한 정도를 넘어 주변 시세 보다 높게 정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세부 내역이 12개밖에 되지 않아 분양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이 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주장이 상반된다. “집값 상승을 방지해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분양공급이 감소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도 나온다.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편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공 건설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가 아파트 공사비를 부풀려 분양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가격 거품’이 빠지고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국회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공급가격 자체가 낮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공분양 아파트를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서 “새로운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정의 실천연합은 “공공아파트뿐만 아니라 선분양하는 아파트는 모두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해 소비자가 적정 분양가인지 검증하고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건설업계 등 일각에서는 분양원가 공개에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원가 공개가 기업 비밀인 만큼 원가를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원가 목록에는 원가는 물론 자재비, 인건비, 설계명세서, 원·하도급 가격 비교 등이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자재 하나를 구매해도 어느 한 곳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 아닌데 일일이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기업의 기술 노하우와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는 분양 원가 목록을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건설사가 분양공급을 줄여 집값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주택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표한 정부가 공공택지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사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면서 “결국 공공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사실상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급 감소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원가공개를 확대하면 결국 공급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후분양제와 함께 공급부족지역에서 공급을 축소시키는 하나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