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책임 실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실적부진과 노사갈등이 겹치며 골머리를 앍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4차 산업혁명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SK·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이 적극 실현에 나서고 있다. 반면에 현대차는 지지부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노사 갈등 등이 겹치며 한 발 뒤처지는 모양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5일 △주력 사업 경쟁력 확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담은 100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차별 없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자”며 “투철한 책임감과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본연의 업무에 몰입해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고 최고의 성과를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100대 개혁과제에는 사회적 책임 이행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협력사 처우개선, 기업시민위원회 설치, 지역경제 발전 및 청년일자리 창출 등이 핵심이다.

포스코는 협력사 상생차원에서 사내 복지후생시설을 협력사 직원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특히 ‘갑질 신고창구’도 개설해 협력사 직원에 대한 포스코 임직원 갑질을 엄단할 방침이다.

또 이사회 산하에 CEO·사외이사·외부전문가로 구성한 ‘기업시민위원회’를 설치해 기업시민 전략 수립에 사회전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신설하는 ‘산학연협력실’은 △포항과 광양 내 벤처밸리 조성과 벤처기업 육성 △향후 5년간 5500명 청년인재를 육성하는 청년 취·창업지원프로그램을 전담하도록 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유연근무제와 출산지원제도를 개선하고 포항과 광양·서울·송도 등 주요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해 그룹사부터 협력사 직원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 경영혁신 활동을 중소기업에 전파하고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중소기업 현장에 적용하는 등 동반성장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 경영개혁안이 장기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거나 외형적 모습 변화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개혁안은) 최 회장 3실(실질, 실행, 실리) 원칙에 따라 기존에 수립된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과제를 분명히 한 것이 특징”이라며 “현장과 이해관계자 의견을 적극 수렴해 실행력을 높여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 주도로 사회적 책임 강화에 나섰다. SK는 ‘11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전체점수 15.2점을 획득해 3위로 한 단계 뛰어 올랐다. 재벌그룹 전체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한다.

SK 순위 상승은 사회발전 기여(9.6)와 사회적 책임(8.5) 부분에서 3위였던 현대차에 크게 앞선 것이 한몫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을 논의하는 지속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SK이노베이션은 울산에 전력수요 관리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SK㈜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하는 ‘2018년 ESG우수기업’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World’에 7년 연속 편입되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가로막던 오랜 난제를 잇따라 해소하고 있다. 11년간 이어진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데 이어 최근 진통을 거듭해온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채용 협상도 마무리지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여성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1일 백혈병 사태에 대한 최종 중재판정을 내렸다.

삼성전자와 피해노동자 및 유가족,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지난 7월 조정위 중재판정에 따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로써 삼성 백혈병 사태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 협상도 2일 최종 타결됐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사 정규직과 근속 2년 이상 기간제 직원으로 수리협력사 7800명, 상담협력사(콜센터) 900명 등 총 8700여명이다. 국내 단일 사례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직접고용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협력사 업무 특성과 인력 구조, 고객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직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둬 직접고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은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지분 3.98%를 매각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현대차그룹은 사정이 좀 다르다. 사회적 책임을 내새우던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실적 부진, 노사 갈등 등이 겹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11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SK에 밀려 지난달보다 한 단계 하락한 4위를 기록했다. 경제성장 기여 항목은 1.7, 사회발전 기여 항목은 1.8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에 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노조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경차 1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을 신설, 임금을 업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1만2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현대차는 6월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재앙을 불러 실패하는 투자가 될 것이고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도 위반하는 것”이라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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