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등 삼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가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문학적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상속세 1조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천문학적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기업승계 대신 매각을 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LG는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11.3%(1945만8169주)를 구광모 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구 회장은 ㈜엘지 보유지분이 기존 6.2%에서 15.0%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됐다. 상속으로 구 회장 등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는 역대 최대인 9000억원에 이른다. LG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모두 6차례 나눠 납부할 예정이다.

‘상속세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과도한 상속세율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현재 국내 상속세 규정상 대주주는 최고세율 50%에 최대 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해 최고 65% 실효세율을 적용받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최고 세율인 26.3%보다 갑절 이상 높다.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료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승계할 때 대다수 OECD 국가는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별도 세율 인하가 없다.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활용이 쉽지 않다. 승계 이후 10년간 업종과 정규직 근로자의 80% 이상, 상속지분 100%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5년 후 생존율이 27.3%에 불과하다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감안하면 10년이라는 사업영위기간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대기업은 상속세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 사이에선 상속세를 납부하는 대신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1위 고무의류·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는 2015년 말 창업주 고 김덕성 회장 별세로 아들 김성훈 대표가 최대주주가 됐다.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며 회사 경영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상속세(약 50억원)를 부담하기 어려워 결국 지난해 11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세계적 손톱 깎기 제조업체 쓰리세븐도 2008년 창업주 고 김형규 회장이 별세한 후 약 150억원 상속세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돈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했고 이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발간한 ‘2017 중견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25개 중견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2%가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이 큰) 이러한 환경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재편, 신사업 진출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주요 선진국은 직계비속에게 더 낮은 상속세율을 적용하거나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OECD 35개국 중 세율이 우리보다 높은 곳은 3개국에 불과하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곳도 호주·캐나다·스웨덴 등 13개국에 이른다.

이들 국가는 100년 장수기업을 지속 배출하고 있다. 2011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일본의 기업승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일본 200년 이상 장수기업 수는 3113개, 독일은 1563개다.

경쟁력 있는 일본 부품·소재업체들은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전통기술을 시대 변화에 따라 계승·발전시킴으로써 독보적 기술로 승화해내고 있다. 1917년 설립된 기코만 간장은 전통 ‘간장 발효기술’을 이용해 특수한 효소(루시페라아제)를 인공적으로 생산, 세균 같은 미생물 유무와 양을 검사하는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이 장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활용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승계된 기업 경영자는 자긍심과 애사심이 크고 의사결정이 빠르며 단결성도 높다”며 “급변하는 경제·사회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과 같이 중소·중견기업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부 유출과 경제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기업승계 시 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의 세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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