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토교통부 물관련 부서 흡수 6개월을 맞은 환경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1일 관련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불거진 대구시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에 "사실 무근"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수년간 공들여온 '물관리 일원화'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구시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환경부가 공무원 출신이 대거 포진한 환경공단을 편파적으로 밀어줬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커졌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굴러온 돌인 수자원공사(K-WATER)가 박힌 돌인 환경공단을 빼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화설까지 감지되면서 그동안 노력해온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일고 있다.

두 기관의 중복된 업무가 올해 사업비 기준으로 9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지금까지 잠복해 있던 '물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환경공단이 당시 92.8점을 받아 92.2점을 받은 수공을 0.6점의 근소한 차이로 제친 것과 관련 강 의원은 "선정기관 평가위원들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15점 차이가 날 수 있던 채점방식을 상-중-하 채점방식(최대 2점차)으로 바꿔 변별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직원 수 등 정량적 부분에서 K-WATER보다 뒤진 환경공단에 오염문제 관리 부분 등 정성적인 점수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당시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시 입찰 지원서 접수 과정에서 (환경부 실무자가) K-WATER의 제안서를 빼돌려 환경공단에 반박자료를 만들게 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이와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K-WATER 측 입찰제안서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6시께였고 환경공단은 오후 1시경께 제안서를 냈다"며 "이런 상황에 어떻게 자료를 빼돌릴 수 있겠느냐"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효상 의원이 제기한 관리번호 누락(1점 감점)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당시 입찰심사에 필요한 서류는 요약본, 전체본, 프리젠테이션본 3가지로 "규정상 프리젠테이션본에서는 관리번호 기재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도 의혹과 관련, "맞고 틀렸다는 걸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강 의원 측에 유감을 표했다. 박 차관은 "단지 운영관리를 맡을 위탁기관 선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정책 결정 사항인 물관리일원화가 흔들릴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마찰음은 수량조절과 개발을 담당해온 국토부 기능이 수질을 담당해온 환경부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정치권 안팍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자유한국당 측은 수질을 관리해 온 환경부가 수량까지 관리하게 되면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식수원 오렴, 수량부족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학계에서는 '수질 관리'에 특화된 환경공단과 '수량 공급'을 전문적으로 해온 K-WATER 두 기관 업무를 장기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로 보고 있다.

안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정업무 초기에 규제와 공급 기관 간 업무 마찰이 발생한 것은 예상된 것"이라며 "각 기관의 장·단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공단 한 관계자는 "물산업클러스터 운영권을 K-WATER가 받든 공단이 받든 다를 것이 전혀 없다"며 "왜 두 기관을 싸움 붙이려는 것인지 이유를 수 없다"고 말했다. 수공 관계자도 "의혹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8일 '정부조직법' 공포·시행과 함께 4대강유역·정책·법조 등 6개 분과로 구성된 통합물관리 비전포럼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 내년 6월께 시행 예정인 '물관리기본법'을 준비하고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불씨가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물기술인증원 유치전과 맞물려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효상 의원은 "예산 1500억원을 투입하는 물기술인증원이 환경공단을 핑계로 인천으로 가는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물산업이 대구에 집중될 것이기에 자신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지역내 유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물산업'과 '기술인증' 영역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분포한 물관련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천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이제 막 한 가족이 된 두 기관이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려면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토론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지 정치적인 갈등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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