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 재생에너지 육성은 물론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 ‘1석3조’ 효과를 보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갖가지 난제들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다수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새만금 재생에너지 조성사업은 역효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갖가지 위해요소를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개발계획’은 새만금 전체 면적 401㎢ 중 약 9.4%를 활용해 4GW급 대규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여의도 면적 13배 부지에 해당한다.

새만금개발청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부지는 군산공항 활주로와 인접해 소음이나 고도제한, 진동 등으로 일반산업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비매립지 위주”라며 “나머지 지역은 당초 계획대로 국제협력용지, 산업연구용지, 관광용지, 농업용지 등으로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 기존 새만금종합개발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야권이 지적한 ‘새만금 전체 개발계획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38㎢ 용지에 2.8GW의 대규모로 추진된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설비와 제품에는 저렴한 중국산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국내 태양광패널 시장 점유율은 국산이 82.9%, 중국산이 16.5%였다. 하지만 2018년 (9월 기준) 국산은 66.6%로 떨어졌고, 중국은 33.4%로 2배가량 늘었다. 국산과 중국산 패널이 발전 효율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중국산이 가격이 저렴해 국내 태양광 사업자들이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태양광 패널 업체 관계자는 “국내 몇몇 중소업체는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 설비를 들여와 국산으로 둔갑해 팔고 있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며 태양광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업체 배만 불리는 게 현실”이라며 “새만금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도 실익은 중국 업체가 다 챙겨가고 중국 일자리만 늘릴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한 가지는 전북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전 사업의 일자리와 수익이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의 잇따른 폐쇄로 군산의 실업자가 늘고 지역 경제가 침체돼있는 상황”이라며 “신재생 발전사업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제조기업, 연구시설이 따라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고용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재생 발전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효과를 낸다는 정부 측 의견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전혀 다른 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고도의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재취업할 가능성은 사실상 미미하다는 것이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고도의 정밀한 기술 수준을 요하는 것인데 훈련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을 종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중장비, 용접, 설치, 조립 등 단순 노동의 고용 또한 일시적으로 그칠 것이라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환경단체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새만금 지역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이자 전시성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매립된 새만금은 바닷물이 제한적으로 유통돼 현재 6급수의 최악의 수질을 보이고 산소가 없어 썩은 물이 고이고 있다”면서 “차라리 물길을 터 조력발전을 통해 해수유통을 해야 생태계 조성을 할 수 있는데 그 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짓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이 환경오염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이 갖가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의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홍권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은 “태양광패널 등을 중국산을 이용하는 것은 정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중국산은 저렴하지만 AS가 안 되고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국내 태양광 업체들에 더 유익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제 세계는 RE100 운동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생산 비중이 무역, 사업, 마케팅 성공의 결정적 기준이 됐다. 애플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한 것을 아이폰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삼성은 아직도 석탄 화력으로 제조를 하고 있어 마케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에서 새만금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해외에서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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