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생산성 혁명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산업혁명의 역사는 생산성 혁명의 역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생산성 혁명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17일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은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노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업과 노동자가 공생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업들은 노동자에 저임금을 주고 노동착취를 하며 생산성을 높였다면 지금은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같이 노동자 몫도 함께 높여야만 생산성 향상을 지속할 수 있다”며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KPC는 매년 ‘국가생산성대회’에서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해온 기업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고 있다. 올해는 1985년 노조 창립 이래 33년간 무분규라는 대기록을 이어가며 생산성을 향상시켜 온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대상을 수상했다.

노 회장은 오늘날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적 책임’을 꼽았다. 그는 “오늘날 기업들이 외면받지 않으려면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헌, 환경문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대기업 중심의 사회적 공헌이 많지만 이를 시스템화하면 중소·중견기업까지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열린 ‘2018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콘퍼런스’에서도 노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해 지속가능한 미래 청사진을 그려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인 일자리 창출도 최근 노 회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뉴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노 회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노 회장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려면 재정에 앞서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 재정이 공공사업을 만드는 데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공공사업이 기업에 오픈되면 사업을 맡은 기업은 인력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일자리가 창출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노 회장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생산성본부 글로벌화 △정부-중소기업 간 플랫폼 역할 등 3가지를 꼽았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산성 향상에도 생산성본부가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노규성 회장은 오늘날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적 책임’을 꼽았다.<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다음은 노규성 KPC 회장과의 일문일답.

Q.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린다. 국가생산성대회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콘퍼런스라는 큰 행사를 연달아 치르셨는데 소감을 듣고 싶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 처한 상황에서 취임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생산성본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기업을 찾아 격려해드리고 힘을 실어드리는 역할을 했다. 국가생산성대회는 이의 일환이다.

과거 기업은 노동자에 저임금을 주고 노동착취를 하며 생산성을 높였다면 지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과거에는 생산성 증가가 기업 이윤만을 높였다면 지금은 워라벨과 같이 노동자 몫도 함께 높여야 한다.

아울러 오늘날 기업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헌, 환경문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면을 받게 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DJSI 콘퍼런스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기업 중심의 사회적 공헌이 많지만 이를 시스템화하면 중소·중견기업까지 동참할 수 있다.

Q. 생산성본부도 사회적 공헌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아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종로구 관내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전스쿨’이 이달 개교한다. 제가 교장을 맡는다. 비전스쿨에서는 아이들 미래를 아이들 스스로 그리도록 한다. 부모 동의하에 아이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직업이 있는지 탐구, 체험하는 형식이다. 대학생·전문가 멘토링, 1:1 심리·적성검사를 통한 자기 탐색 기회 제공, 잡월드 방문 등 직업체험 기회 제공을 통한 적극적인 직업 탐색 지원 등이다. 향후 공공기관과 지자체로 확대하고자 한다.

아시아 생산성기구에서 공동으로 20개 사업을 추진하는 생산성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 등 개도국에게 한국 압축 성장에 대한 모델링을 제시하거나 중소기업 혁신성장 사례 등을 벤치마킹하도록 하는 사업 등이다.

또한 재정적으로 어려운 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도 역량이 닿는 대로 최대한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글로벌화·민족 화해 관점에서 북한 생산성운동 전개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안에 KPC 사회 공헌 비전 선포식을 진행하고 국가 공헌 기관으로서 조직적, 전략적으로 사회적 공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Q. 그동안 생산성본부를 거치신 회장님 가운데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것 같다.

활발하다는 건 제가 열심히 한다는 의미인가 보다(웃음). 디지털 정책학회에 오래 재직하면서 실패하더라도 많이 시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 생산성본부에서는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조직 자체적으로 실행해 볼 수도 있고 정부·부처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설득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전보다 더욱 만족스럽다.

Q. 요즘 일자리 창출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성공하려면 시장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기업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려면 재정에 앞서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일거리가 없으면 정부 재정적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뉴딜‘을 해야 한다. 정부 재정이 공공사업으로 만들어져 기업에게 오픈되면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사업을 맡은 기업들은 인력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뉴딜을 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제 입장이다.

또 하나는 정부의 각종 복지정책에서 나오는 재원을 시장에 투입해야 한다. 투입되는 재원은 현금 형태가 아닌 카드나 상품권, 코인 등으로 하고 일정한 기간 내에 사용해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 만약 현금으로 주면 해외여행 등으로 자칫 외국에 자본이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다. 현재 생산성본부도 대회 경품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규성 회장이 17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2018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Q. 일자리와 관련 KPC가 추진하는 것이 있다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일자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KPC는 그 기관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실제로 KPC 고객 군은 매우 다양하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대부분이 KPC에서 교육을 받았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100%, 대학 350곳 가운데 200곳이 고객이다. 웬만한 조직은 다 고객이다.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교육을 마치고 나면 기업과 기관에서 간헐적으로 좋은 인재가 있냐고 문의가 온다. 우리는 이런 기업과 기관에 인재를 연결해 준다. 이를 플랫폼화하려고 한다. 인력과 수요공급 간 매칭이다. 향후 데이터가 쌓이면 맞춤형 수요공급 시스템으로 거듭날 것이다. 아울러 직업 전환이 필요한 산업 인력을 해외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Q. 앞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셨다. KPC 안에도 ‘4차산업혁명추진단’이라는 부서를 만드셨던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산업, 스마트공장, 스마트도시재생, 스마트비즈니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고 있다.

Q. KPC 차원의 지원은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 같다.

실제로 KPC가 지원하는 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생산성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을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게 우리 임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컨설팅과 고객만족도평가, 다우존스평가 등에 집중돼 있다.

Q. 생산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인들 인식은 좀 더딘 것 같다.

산업혁명 역사는 생산성 혁명의 역사다. 생산성이란 개념은 노동과 자본 투입으로 나타난 결과물을 측정하면서 태어났다. 손으로 만들던 제품을 기계로 만든 이후 생산성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 이후 생산성 측정이 쉽지 않게 됐다. 생산량보다는 혁신, 창의성이 강조되면서다. 단순히 일정 시간 동안 제품을 얼마만큼 생산하느냐를 측정할 때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가 된 것이다.

아디다스는 스피드팩토리에서 개인 맞춤형 제품을 제조한다. 이건 시간당 몇 개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지를 떠나 ‘가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으론 생산성 혁명이다.

Q.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오랜 경험을 하셨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소프트웨어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4차 산업혁명시대 생산성 혁명의 틀은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사물인터넷(IoT) 등 대표 기술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는 의미가 없다. 결국 하드웨어를 컨트롤하는 건 소프트웨어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하지만 국내 산업현장에서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스마트팩토리로 경제적 이윤을 낼 수 있는데도 아직 인식이 부족해 도입을 꺼리는 공장이 태반이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노규성 회장은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생산성본부 글로벌화 △정부-중소기업 간 플랫폼 역할 등 3가지를 꼽았다. <사진=이태구 기자>

Q. 인식 개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중소기업에서 성공모델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을 해야 한다.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납품구조가 여전하고 대기업이 기술을 빼가는 현재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시장에 내버려 두면 다 망한다. 정부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주고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3분의 1 수준의 임금격차를 2분의 1 수준으로 줄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심판이 공정해야 한다. 기업이 나쁜 짓을 하면 엄격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만든 혁신 기술이 오롯이 그들의 가치로 인정받아야만 중소기업에 좋은 인력이 갈 수 있다. 그래야 거기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부가가치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문제, 국가경쟁력 문제 등 근본 문제가 해결된다.

Q. 국가 핵심 어젠다로 스마트시티가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가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스마트시티는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도시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작업이다. 주관을 지자체가 맡는다면 정부는 지원, 기업은 스마트 기술을 책임지게 된다.

시티는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에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로 시민이 원하는 시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관점으로 컨설팅 해야 한다. 얼마 전 프랑스 리스 국토평등위원회(CGET)에 다녀왔다. 리스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형식으로 스마트시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중남미에도 이와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다음 달 콜롬비아 중남미개발은행에서 개최하는 콘퍼런스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키노트)을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한국에서는 △스마트공장 중심의 제조업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소프트웨어산업 혁신 등을 중심으로 준비를 한다는 것을 소개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방향이다.

중간에 칠레도 들러서 외교부와 스마트시티 담당 부서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달 UN총회 때 문재인 대통령이 삐녜라 칠레 대통령과 회담에서 ICT, 4차 산업혁명 등 어젠다를 내놓은 게 있다. 이 어젠다에 스마트시티를 포함시켜서 컨설팅과 노하우 전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

Q. 취임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먼저 KPC와 우리 기업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정착시키는 구조를 가져가고 싶다. 디지털 기술을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두 번째는 KPC의 글로벌화다. 현재 국내에서 KPC는 교육컨설팅에 관해 절대강자라고 생각한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지점도 만들고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과도 협력하는 글로벌 생산성 사업을 전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아픔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중소기업 CEO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 이 세 가지가 임기 내 저의 목표다.

대담=주문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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