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수행단으로 참가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남녀가 잠깐 스치듯 만나 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걸 두고 '혼수는 뭘로 하느냐' '신혼집은 어디에다 차리느냐'고 물어보는 격 아닌가." - 재계 관계자

북한과의 경협 가운데 산림부문이 첫번째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SK임업을 계열사를 두고 있는 SK그룹이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 비준'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등 남북경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 공조가 완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협 물망에 오른 기업들이 회사명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앞서 문 대통령 유럽 순방 이후 '대북제재 완화'가 공론화된 것으로 진단하고, 김정은 답방과 함께 남북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해 안으로 반드시 경협사업을 개시한다는 자체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비핵화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확인하면서, 그동안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하며 대북사업을 검토해온 기업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김정은과 약속한 경제 관련 사업은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 이끌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 등 크게 세가지다.

정부 역시 그동안 UN에서 대북제재 대상으로 규정해온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관광은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제재 완화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다만 남북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은 당초 목표인 11월 말이나 12월 초 개최될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으로의 물자 반입이 일단 없다면 착공식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논리지만, 이 같은 철도사업 역시 한·미간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건에 속한다. 이에 정부가 대통령 비준에 앞서 공동보도문까지 발표하며 강행하고 있는 산림부문 협력이 첫번째 대북사업이 되지 않겠는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이 대북사업 1호기업으로 거론되는 것은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하며 대북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의중을 비추면서부터다.

당시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여러 가지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간을 두고 차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 같은 발언 이후 "최종현 선대회장 당시에도 국가 산림녹화 경험이 있는 SK임업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SK임업 대주주인 SK(주)측은 이날 "TF 구성은 물론 지금까지 대북 사업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주회사인 SK그룹 관계자도 "무슨 사업이든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SK그룹이 이처럼 속내가 복잡한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로 공통된 브랜드를 공유하기 때문에 SK임업의 문제가 곧 그룹전체의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남북 산림협력은 기본적으로 대북제재와 관계 없는 인도적 사업으로 내세우는 것도 한 몫한다.

외교부 역시 지난 23일 산림녹화는 인도적 지원이라고 주장하며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재) 틀 내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의 헐벚은 산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사업 과정 중에 북한으로 물품이 반입되면 즉각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크다. 이번에 발표된 산림분과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양측은 연내 10개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여기에 맞춰 산림청도 내년 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ha 규모의 스마트 양묘장을 북측에 만들 계획까지 세웠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북측에 온실 내에 온도와 습도 센서, 카메라 등까지 지원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에서 제재 위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경제효과를 기대해왔지만 국제사회의 엄중한 분위기를 보고 어느정도 달라진 모습이다"며 "비핵화와 인권문제 해결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계획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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