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신형 말리부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한국지엠주식회사가 또다시 구설에 시달리면서, 판매 회복을 이끌 기대주 '신형 말리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4월 부도 위기에서 벗어난 지 5개월 만에 '철수설'이 대두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지엠은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이 제기됐다. 법정관리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극적으로 회생했다.

발단은 한국지엠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부서를 별도의 연구개발(R&D) 법인으로 분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한국지엠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 법인과 R&D 법인을 분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지엠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비공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설 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주총 당시 산은 측 이사를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안건 처리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산은은 원론적으로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사측의 일방적인 법인 분할을 지적한다. 경우에 따라 당장 올 연말까지 한국지엠에 투입하기로 한 공적자금 4100억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산은은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10년간 생산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자금 7억5000만 달러(한화 8400억원)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이 중 상반기에 절반인 3억7500만 달러(약 4200억원)을 집행했다.

노조는 이번 법인 분리가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다. 노조는 파업도 불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쟁위조정 신청에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 파업권을 얻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파업권이 없는 만큼, 노조 전임자가 아닌 간부들이 연차를 사용해 출근길 선전전과 청와대 앞 릴레이 노숙투쟁 등을 전개하는 등 법인 분리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을 둘러싼 '철수설'이 다시 부상하면서, 연내 출시 예정인 중형세단 말리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에 경차 '스파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신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출시하며 판매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신차 2종의 화력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경차 수요는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 등 신차가 잇따라 출시된 여파로 위축됐다. 1~9월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스파크는 2만69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다.

6월 첫 출시된 이쿼녹스의 월평균 판매량은 210여대에 불과하다. 월판매 목표 1000대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준중형과 중형 SUV 사이 체급이지만, 국산 중형 SUV와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되면서 저항감을 키웠다.

한국지엠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말리부의 신형 모델로 판매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말리부는 지난해 월평균 3000대 가까이 팔렸다.

미국에서 먼저 공개된 신형 말리부는 부분변경임에도 '완전변경(풀체인지)'급의 변화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장 디자인을 개선하고, 파워트레인도 달라졌다.

하지만 철수설을 비롯한 계속된 잡음 탓에 소비자 기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형 말리부의 출시일이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이미 올 상반기에 국산차 판매 중위권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바 있다"면서 "한 번 무너진 소비자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뿐더러, 잡음마저 계속된다면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신형 말리부의 마무리 인증 작업 중"이라며 "예정된 출시일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