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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초대석]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과학관 '맏형' 책임감 느낀다""국내 최장수 과학관 매너리즘 빠져선 안돼...전시 기획·제작 직접 해야"
"보는 전시 넘어 생각하는 전시관 마련...대전 랜드마크 역할 톡톡"
   
▲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집안에서 형제나 자매, 남매는 대부분의 경우 일단 뭐든지 싸우고 시작하는 편이다. 보기 드물게 우애가 두터운 경우도 있지만 우선 장난과 괴롭힘이 오가고 그 다음에 주먹과 욕설이 동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 자매, 남매는 끈끈할 수밖에 없다. 가족 중 가장 오래 봤고, 오래 볼 사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들 중 ‘첫째’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첫째’는 때로 아버지의 역할도 하고 어머니의 역할도 한다. 가장이 부재중일 때 가장의 역할을 하는 ‘예비가장’이며 그만큼 책임이 무겁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린 동생들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첫째’의 영향을 받아 많은 것을 배운다.

첫째는 동생들과 많이 싸우는 편이지만 나중에 집안의 가장이 될 사람이자 동생들의 거울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동생은 결국 첫째의 영향을 받아 성장할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과학관의 ‘첫째’다. 해방 직후인 1949년, 미래를 내다보기도 어려운 시절에 미래를 꿈꾸며 과학관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의 모진 아픔을 견디고 1962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1970년 본관을 준공한 뒤 우리나라 대표 과학관의 역할을 하다 1990년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자리를 옮겨 지금의 과학관이 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의 모든 순간을 직접 겪은 시설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과학관의 맏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그는 중앙과학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뿐 아니라 모든 과학관들이 고루 발전을 이루고 그 가운데 중앙과학관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배 관장은 가장 먼저 전시의 기획과 전시물 제작을 직접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 관장은 중앙과학관 내에 전시연구개발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했다. 그리고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전시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올 연말에 개관을 앞둔 미래기술관은 배 관장의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전시관이다. 미래기술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술과 산업, 사회의 변화상을 이해하고 혁신적 변화를 통한 미래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변화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육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배 관장은 미래기술관에 대해 “화려한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시관을 나섰을 때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는 전시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앙과학관은 최근 자연사에 관련된 특별전을 연이어 개최했다. 올 여름 독도의 생태계를 알아볼 수 있는 특별전을 개최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남극과 북극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극지체험전을 열고 있다.

이어 내년에는 달착륙 50주년과 누리호 시험 발사에 맞춰 우주 관련 아이템을 발굴해 특별전을 열 방침이다.

‘과학관의 맏형’인 중앙과학관은 주어진 임무에 성실히 수행하면서 과학관이 나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관의 맏형을 책임지고 있는 배태민 관장으로부터 과학관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배태민 관장 일문일답.

전시물을 둘러보는 배태민 관장.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최근 대전 오월드의 퓨마 때문에 시끄러웠다. 헤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지만 관장님 입장에서 꽤 놀랐을 것 같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지 알려 달라.
▲ 박제와 관련된 언론보도를 보고서 그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개인적 친분이 있던 과학관 실무자와 오월드 실무자가 퓨마의 영구보존처리 부분에 대해서 문자로 가볍게 의견을 나눈 것이 기사화 된 것이었다. 이후 대전오월드 측은 퓨마를 박제하지 않기로 언론보도를 하고 상황이 종료됐다. 만약 그런 검토를 공식적으로 했다면 보존처리를 통한 과학적 효용의 크기와 국민정서, 동물복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이 일을 계기로 동물원의 필요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과학관도 자연사관이 있는 만큼 이로부터 자유롭긴 어려울 것 같다. 박제된 동물은 어떻게 확보된 것이며 논란의 여지는 없는가
▲ 우리 관의 자연사관에 전시중인 동물표본들은 100여 년 전 부터 수집한 자료부터 국내‧외 인가업체를 통해 구입하거나 관세청, 문화재청, 동물원 등에서 기증을 받은 것들이다. 규정상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보호법으로 멸종위기종은 환경부에서 야생생물 보호법에 따라 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호종에 대한 채집 및 박제제작은 학술연구 및 전시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관련 기관의 사전허가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현재 국립중앙과학관이 보유한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은 대부분 관세청, 문화재청, 동물원 등에서 압류하거나 자연사한 동물을 학술연구 및 전시의 목적으로 관련규정에 따라 기증 받은 것들이다. (※ 지난해 기준 천연기념물은 456점, 멸종위기종은 현재 267종이 지정됐다)
이러한 규정과는 별도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들의 복지, 권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됐다. 앞으로 이러한 동물생명의 경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과학대중화라는 교육적 목적을 좀 더 심층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준비하고 있는게 있는가?
▲ 옛날처럼 학창시절 십여 년 간 배운 지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우리의 교육이 학생층에 대해 단순한 지식전달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유아, 학생, 성인 등 전 연령층이 일상생활 속에서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경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관은 올 연말 개관을 목표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미래를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관을 건설하고 있다. 교육부문은 일선 초‧중학교에서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시작됩니다. 우리 과학관도 소프트웨어 전담강사를 올해부터 증원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해 가고 있다.

=자연사관에 인류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 자연사는 크게 무생물자연사와 생물자연사로 나뉘며 생물자연사는 동물과 식물로 나뉘는데 가장 고등 동물인 인류사 부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자연사관에서는 인류사 부분을 다루지 못했는데 올해 이를 보완하해 자연사관 2층에 연말 개관을 목표로 ‘인류관’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류의 출연 및 진화에 따른 과학적, 생물학적, 문화적 변화에 대한 탐구와 고찰을 통해 인간과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존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먼저 ‘인류의 탄생’ 존에서는 사람은 어떻게 정의되고 언제 출현했으며 다른 유인원류와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다루고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발달’ 존에서는 1만2000년전 농사를 시작하고 정착생활을 통해 인구가 폭증하고 과학혁명과 산업발전 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루는데 현재 인류는 어느 정도 위태로운가? 인류의 미래는 암담할 뿐인가? 희망적인 부분이 있는가? 등 몇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인류 스스로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도록 하고자 한다.

과학관을 찾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최근에 중앙과학관에서 한 프로그램 중 크게 성공한 프로그램이나 자신 있게 내세울 프로그램이 있나.
▲ 올해 처음으로 ‘한여름밤, 과학관은 살아있다’라는 이름으로 주말 야간개관 행사를 4주간 진행해 2만여명이 방문했다. 이번 행사기간 동안 메인 전시관인 과학기술관과 자연사관을 10시까지 야간 연장개관 했으며 다양한 과학체험부스와 특별강연, 버스킹 공연,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점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이번 행사가 제가 지시한 사항이 아니고 우리 직원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했다는 점이다. 추가 인원보강 없이 그리고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기획부터 홍보물 제작, 체험부스 운영까지 모두 십시일반으로 발 벗고 나섰다. 관장으로서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흔히 대전은 ‘놀거리가 없는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만큼 과학관은 어린이 뿐 아니라 청소년과 어른들도 끌어 당길만한 지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중앙과학관이 다른 과학관들과 차별화된 지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또 대전의 랜드마크로 자부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에 있는가
▲ 국립중앙과학관은 ‘중앙’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규모면에서나 다양성 면에서 우리나라 대표 과학관이다. △기초과학의 원리와 근‧현대 과학기술, 겨레과학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과학기술관’과 △한반도의 자연사를 주제로 다양한 암석, 월석, 생물표본, 화석 등을 볼 수 있는 ‘자연사관’을 비롯해 △VR, AR, 드론 등 첨단 과학기술을 체험해보는 ‘창의나래관’, ‘천체관’, ‘생물탐구관’, ‘자기부상열차 체험관’ 그리고 △유아 전용 체험관인 ‘꿈아띠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52만명이 과학관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여름철 관광지 전국 Top20, 대전지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립중앙과학관이 대전에 위치하고 있는 점은 관람객 숫자 면에서는 수도권보다 불리할 수도 있지만 많은 지리적 이점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전은 과학의 도시다. 그 중에서도 대덕특구는 기초과학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화학연, 항우연 등 많은 출연연과 KAIST, 민간연구소 등 60여개의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고 이 곳에만 2만 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이다.

=최근 극지체험전시회를 시작했다. 해외 일부 과학자들은 극지를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버렸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이 극지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인상이나 극지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 있는가
▲ 이번 ‘2018 극지체험 전시회’는 ‘가자 자원의 보고 남극, 북극에’라는 주제로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극지연구진흥회와 극지연구소 주관으로 국립중앙과학관 특설전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은 다양한 광물자원과 생명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극지의 빙하에는 오랜기간 과거의 대기성분과 기후 자료를 간직하고 있으며 다량으로 발견되는 운석을 통해서 지구 탄생의 비밀을 연구 할 수 있다.
이러한 극지에 대한 우리나라의 진출 역사와 과학기지, 최초의 쇄빙선인 아라온호 등 그간 우리나라의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극지에 대한 이해와 극지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또 극지는 지구의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극지가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는 위기 상황임을 알려 지금부터라도 극지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을 알리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국립중앙과학관의 비전과 앞으로 사업계획 등을 알려달라 
▲ 국립중앙과학관은 오랜 경험과 역사를 통해 많은 노하우와 자료를 축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시설이 노후화 되고 한 곳에서만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에게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취임 당시 “참여와 소통으로 과학기술을 탐구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관”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전시연구개발팀을 신설해 직원 스스로 전시품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는 성과중심의 조직 운영을 위하여 연구부서장 내부공모제를 시행했다. 또 직원들 간 ‘소통’을 위해 온라인 ‘제안카페’를 만들어 단순한 제안부터 우리관이 나아가야할 방향, 우리관의 역사성, 타 과학관 운영 사례 등 생각이 다른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로 단기간 큰 성과가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성장해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과학관은 내년 역점사업으로 ‘어린이 과학관’을 계획하고 있다. 이곳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최첨단 과학기술과 놀이형 과학 체험물로 구성하여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내년에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를 시작해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할 계획이다.


◇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 KAIST와 서울대학교에서 각각 원자력공학과 원자핵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0년 과학기술부 연구개발2담당관실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배 관장은 공직생활을 시작한데 대해 교수의 우연한 권유로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연구원으로 지내는 것보다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공무원이라고 판단해 시작했다. 배 관장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원천기술과장,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실 행정관, 미래창조과학부 성과평가국장, 과학기술정통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중앙과학관장에 취임했다.

여용준 기자  dd0930@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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