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김학용 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내주부터 본격화되면서 소속 위원의 정치적 잇속 챙기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환경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수 정당 구성원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석포제련소의 영업 허가 취소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친홍계 의원이자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홍준표 체제에서 당대표 비서실장까지 지낸 강 의원의 입장 치고는 '독특한 행보'라는 게 정가 일반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원책 조직강화특위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강 의원이 이슈 중심의 정치를 구상하는 모양"이라며 "지역 신문이나 지역 환경 단체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뒤 홍준표 체제 당시 막강한 실세로 행사하다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이 되면서부터 '환경론자'로 변신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영풍 제련소 주변의 태백시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제련소를 최근 직접 방문해 지역살리기 측면에서 오히려 증설을 요구하며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주 18일 경상북도 봉화 석포 제련소를 현장 방문한 태백 주민들이 정수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태백JC 소속 주철수 씨는 "과거 좌절되었던 귀금속 공장 유치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며 "인구 4만 수준의 태백시는 곧 도래할 장성광업소 폐업 때문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풍 귀금속 공장이 하루빨리 태백 입주를 결정해 지역 경기를 활성화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이 최근 석포제련소 영업허가 금지까지 주장하는  것은 낙동강 상류에는 공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과 맥이 닿는다.

강  의원은 앞서 지난달 21일 영풍 석포제련소를 방문하고"무방류 공정 도입 등 다양한 환경 관련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석포제련소의 환경 개선을 주문했다.

이 당시 불거진 대구 수돗물 문제로 인해 취수원 이전 정책과 관련된 입장을 검토하면서 안동댐 오염과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강 의원은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유치운동 등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으로서 지역 현안 이슈들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이나 낙동강 관련 단체들도 사실상 영풍 석포제련소를 '메인 타겟'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경북도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안동댐에서 100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며 "(강 의원을 비롯한) 지역 환경단체들은 결국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영풍 문제를 낙동강 전체 문제로 끌어들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놨다.

강효상 의원이 적극 지지하는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당시 4대강 문제에 대해 "질소와 인이 유입된 축산폐수를 바탕으로 한 녹조가 사실상 4대강 오염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강 의원이 지역 환경단체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다소 배치된 행보다.

태백시는 오는 2020년부터 장성광업소가 폐쇄되면 사실상 '제조업 공동화'로 인한 소멸 도시가 될 위험에 놓였다. 한때 '한국의 디트로이트'로 불렸던 태백은 2018년 현재 기준으로 약 4만5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축소 도시'다.

태백이 이렇게 쇠퇴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00여 개에 달하는 광산의 폐업과 지역 불경기로 인해 이주율이 높아 지면서부터다. 사실상 인구 이동률이 낮은 50~60대 주민들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매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김윤형 한국선진화포럼 상근부회장은 "태백은 한때 한국의 에너지 대표 거점으로 역할했던 매우 중요한 제조업 중심"이라며 "이 지역이 폐광화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면서 관광산업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 보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률이나 생산유발효과 측면에서 상당히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태백은 올해 2200억원 가량의 도시재생 예산을 받았지만, 이 역시도 쇠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살리기에 나선 이정혁 황지중고 동문회장은 태백 주민들과 함께 지난 18일 영풍 석포제련소를 방문하고 "한때 적극 검토되었던 태백 동점 귀금속 산업단지 건을 다시 영풍에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동점 귀금속 단지는 제조업 재활성화를 위해 태백시가 전략적으로 개발한 산단이지만 지역 주민 일부와 환경 단체들의 맹렬한 반대로 인해 영풍의 입주가 좌절됐다. 그러나 장성광업소 폐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태백시는 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태백 주민들까지 직접 나서서 '영풍 제련소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손영준 태백시 산악연맹회장은 "영풍 안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태백 동점 산단 입주를 검토하고, 지역의 기계공고나 대학 등과 연계하여 고용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은부산물, 인듐, 금 등 다양한 유가금속을 생산하는 영풍 공장이 태백시에 유치된다면 소멸도시 국면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오는 23일 행정심판을 앞두고 있다. 만일 조업정지 20일이 확실시 된다면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감소 뿐만 아니라 약 1200명의 일자리 문제도 상당히 불안해지는 것으로 지역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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