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가 과거 판매했던 변액연금 상품의 원금을 채우지 못하면서 개시일이 도래한 고객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A씨는 12년 전 설계사 권유로 변액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 20만원은 부담되긴 했지만, 운용방법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연금지급으로 노후가 보장된다는 이유가 그의 귀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연금을 지급받을 나이가 돼 자신이 가입한 상품에 대해 알아보던 A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품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10여년 전에 판매한 변액연금보험의 연금개시일이 도래하면서 채우지 못한 원금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22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가 ING생명 시절 판매한 (무)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적립형)의 적립률과 환급률이 100%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월 1일 판매가 개시된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 상품의 적립률·환급률은 98.9%로 집계됐다. 고객이 3600만원의 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3559만3238원의 원금만 적립된 셈이다. 상품수익률은 –1.1% 연환산수익률은 –0.1%에 그쳤다.

2007년 1월 1일에 판매를 시작한 변액연금 상품 역시 96.4%의 적립률·환급률을 기록했으며 3600만원 가운데 3469만8752원이 적립됐다. 상품수익률(-3.6%)와 연환산수익률(-0.3%)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8년 1월 1일부터 판매된 변액연금 상품 역시 3600만원 보험료 가운에 3433만1085원을 적립하며 95.4%의 적립률·환급률을 기록했다. 상품수익률은 –4.6%, 연환산수익률은 –0.5%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일부를 특별계정으로 분류해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 운용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이익이 배분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 변액연금보험은 변액보험 가운데 하나로 노후생활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저축성보험이다. 지급되는 연금은 펀드 운영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변액보험은 통상 '최저연금적립금보증제도'에 의거한 '최저연금적립금(GMAB)'을 적용한다. 이는 투자수익률이 악화되더라도 연금개시 시점의 계약자 적립금은 주계약 납입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최저로 보증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투자수익에 따라 고객이 책임지는 부분이 있는 상품이지만, 금융당국에서 은퇴, 노후와 직결된 연금상품에 대해서는 원금을 보장해주는 제도인 GMAB를 도입했다"면서 "과거에는 이 제도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자산운용 상황이 여의치 않아 GMAB를 탑재하려면 고객에게 보험금 부담이 전가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GMAB가 모든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렌지라이프의 '(무)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Ⅰ 운용설명서'를 보면 'Ⅰ형' 상품에 대해서는 연금개시 시점에 주계약의 기 납입 보험료의 70%만을 최저 보장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강도 있게 해 수익률 극대화를 바라는 고객의 수요가 있었던 만큼 과거 상품에도 GMAB가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상품은 70%, 어떤 상품은 100%로 설정돼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의 해당 상품 경우엔 10년 전 상품인 만큼 과거 경험생명표를 적용하고, 변액 상품 출시 초반 보수적인 운용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사업비가 책정돼 고객에게 지급되는 연금액이 줄어들었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종사자는 "고객이 가입한 변액연금 상품이 원금에 도달하지 못해 다른 펀드로 갈아타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설계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은 2012년 ING그룹이 아시아보험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2013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59.15% 지분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ING그룹은 'ING생명' 브랜드를 올해 말까지만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이에 브랜드 사용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기업가치 하락, 사모펀드 특성상 실현해야 하는 높은 수익금 등을 이유로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ING생명은 8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사명변경을 승인한 후 실무 절차를 거쳐 9월부터 '오렌지라이프(OrangeLife)'라는 회사명(브랜드)을 사용하고 있다.

비이자수익 부문 강화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던 신한금융지주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타진했다. 신한금융은 매각 대상인 지분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가는 2조2900억원이다. 오렌지라이프 지분 가격인 1조68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6100억원을 더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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