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은 개원 32주년을 기념해 19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책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개원 32주년을 맞아 ‘에너지전환’을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에너지 과도기를 맞아 해외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에너지산업의 각 주체로서 정부‧국민‧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에너지 업계 실정에 걸맞은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부족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개원 32주년을 기념해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7층 그랜드홀에서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산업: 그간의 경험, 전망 그리고 향후 과제’를 주제로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핵심 아젠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개최됐다. 국내외 주요 에너지기업의 에너지전환 경험과 향후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한국은 에너지 자원이 결핍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직된 체제에서 에너지 친환경과 분권형 등 시대는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리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다양한 과제가 논의되는 열린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먼저 ‘해외 에너지기업의 에너지전환 전략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과 덴마크 재생에너지 기업 관계자가 각사의 경험과 전략을 공유했다.

독일 4대 에너지 기업 중 한 곳인 EnBW의 스테판 칸시(Stefan KANSY) 발전부문 신사업담당 이사는 “독일은 1991년부터 신재생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나 탈원전과 신태생 추진을 가속화하지는 않았다. 에너지전환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였다. 불가역적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결의가 이뤄졌고 이때 법적 조치로 원전 17기 중 8기가 폐쇄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9기는 단계적으로 폐쇄돼 2020년에는 더 이상 가동되는 원전은 없다. 반면 신재생은 꾸준히 확대돼 2050년 발전에너지원별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100GW 수준에서 250GW까지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스테판 칸시는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판 칸시는 “국영기업들이 에너지전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당시 여론이 원전과 갈탄 발전에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은 국민이 원하는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 신재생에너지 수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덴마크 신재생에너지 기업 외르스테드(Ørsted) 마티아스 바우센바인(Matthias Bausenwein) 아태담당 이사는 해상풍력 에너지전환 전략을 공유했다.

마티아스 바우센바이 이사는 “육상풍력, 수력, 배전망 등 굉장히 분산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에 기존 포트폴리오의 대규모 철회를 결정하고 해상풍력사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전체차본 85%를 해상풍력에 투입시키고 있다. 2017년 석유와 가스사업을 완전히 매각했고 2023년까지 탈석탄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우센바이 이사는 해상풍력을 추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플레이어가 마음껏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규제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 하려면 안전한 사업 환경, 즉 안정적 규제 틀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상풍력은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등 개발 준비 과정이 최소 7년, 건축이 1~2년, 총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명확한 장기적 비전이 없으면 활성화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에너지전문가들이 '에너지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해외 성공 사례를 그대로 국내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권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은 “주변국과 계통이 연계된 독일과 덴마크와 달리 한국은 사방이 막힌 반도로 이에 걸맞은 형태의 발전이 필요하다. 또한 바람이 흩날리고 풍속도 적어 풍력발전 여건이 나쁘고 국토 80%가 산지로 둘러싸인 지리,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송배전선망이 논과 밭, 주거지를 통과하는데 주민 반대로 계통 구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는 물론 국민이 글로벌 이슈를 이해하고 에너지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위원은 “세계 에너지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과 덴마크의 두 기업은 왜 에너지전환를 하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두 국가 모두 수십 년 동안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 이상 유지한 것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태양광과 풍력 모두 열악하다. 태양광업체들은 설치량은 늘고 있지만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태이며 풍력업체도 해외 진출하기에는 기술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고 국내외 진출 여건을 늘려야 하는데 환경부에서 환경 규제에 나서며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2년 안에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연구위원은 복수의 에너지업체들이 숨 쉴 수 있는 사업 환경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학회가 빠른 속도로 에너지 전환에 나서지 않는다면 에너지 분야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과 에너지산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새로운 에너지원 활용’이 아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 시대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대체와 에너지 수요 관리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수요 관리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전의 중앙집중형, 단방향 전력망은 수요 관리의 한계를 가진다. 소비 절약과 기기 효율 개선, 수요 조정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에 양방향통신, 관리수단 다변화, 분산형 전원 활용으로 수요 관리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규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 에너지전환 전략의 연장선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은 “국내에서 에너지전환 필요성에 대한 중지는 모였지만 속도와 방향을 놓고는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까지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는데 안전한 에너지시스템, 친환경 수급 구조, 참여형 생태계 구현이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에너지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임 의원은 “소비자가 어떻게 합리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느냐의 연구는 그동안 다소 미미했다. 가격과 세제 정책을 어떻게 펴느냐가 수요 정책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에경원 토론회는 에너지전환을 성찰하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국내 에너지 여건과 형평성을 고려한 대책을 내놓는데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지정학적 요소와 환경의 영향을 고려한 신재생에너지 전망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외국 성공 사례 발표에 급급해 '신재생 낙관론'만 내놨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국정감사에서 탈원전 여파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원전과 가스발전 가동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 채 신재생에너지 논의만 확대해 편향된 시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원전 가동에 대한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 에너지 과도기에 전력 수급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실정에 맞는 논의를 이끌어지는 못한 것 같다. 최근 국책기관들이 정부의 입맛에 맞춘 정책과 통계 결론을 뒤바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원전 확대에 앞장서던 에경원이 정책 입맛에 따라 연구 기조를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