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맨' 스틸컷. <사진=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18일 개봉한 영화 ‘퍼스트맨’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임스 R. 한센의 소설 ‘퍼스트맨:닐 암스트롱의 일생’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라라랜드’와 ‘위플래쉬’를 만든 데이미언 셔젤이 연출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퍼스트맨’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전세계의 관심을 받은 우주인으로서의 부담감과 달 착륙 미션을 진행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과정, 가족과의 갈등 등 인간적인 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최초’의 무게감을 떠안은 한 남자의 고뇌를 다루고 있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역사도 짧지만 진행되고 있다. 2006년 최초의 우주인이 등장했으며 2013년에는 최초의 우주발사체도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퍼스트’도 닐 암스트롱 못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2000년 과학기술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우주여행자양성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06년부터 선발과정을 거쳐 고산씨를 탑승 우주인, 이소연씨를 예비 우주인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고산과 이소연의 위치는 뒤바뀌게 된다. 

올해 4월 SBS스페셜에 출연한 이소연씨 부부. <사진=SBS>

2008년 4월 이씨는 TMA-12를 타고 우주로 떠났으며 국제우주정거장에 9박10일 동안 머물면서 18가지 우주 실험을 수행했다. 

우주에서 돌아온 후 이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주여행자 일 뿐 우주인은 아니다”라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이씨는 전세계 475번째, 여성으로서는 49번째 ‘우주여행 참가자’로 언급되고 있다. 국제우주연맹(IAF), 국제우주학회(IAA), NASA, 유럽우주국(ESA), 유럽우주개발기구(ESA) 등 우주 관련 국제기구는 선장이나 파일럿, 엔지니어 등을 우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정식 우주 임무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우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우주여행 후 국내에서 광고와 TV 출연 등으로 스타에 오른 이씨는 2년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2012년 휴직 후 미국 UC버클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다음해 재미교포와 만나 결혼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씨가 국가 프로젝트의 희생양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당시 정부와 항우연이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도 후속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소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2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도 미국 시애틀박물관 우주 관련 프로그램을 안내하거나 패널로 참석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2014년 항우연 국정감사 당시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주인의 귀환 후 미래 계획과 후속 사업에는 관심도 없었다. 얼굴마담 역할로 혹사에 가깝게 부려먹어 연구에 집중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험실에서 전화를 받으면 ‘비서 말고 연구원과 통화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때가 많았고 남성 연구원들 가운데 일부는 남자 연구원과 일하거나 얘기하고 싶다고 내게 직접 얘기하기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씨는 올해 3월 과학비평잡지 ‘에피’ 3호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우주인을 보낸다고 대국민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과학실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연말 발사를 앞둔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누리호.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2013년 1월 발사했다. 나로호의 발사가 이뤄지기까지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항우연은 2009년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를 설립했다. 나로우주센터의 건립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13번째 우주발사기지를 가진 국가가 됐다. 

이듬해 8월 나로호는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우주로 떠났지만 2단계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서 발사에 실패했다. 이어 다음해 2차 발사 시도를 하지만 역시 발사 후 137초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때 우리나라 연구진과 공동 참여한 러시아 연구진과에 실패 책임을 둔 갈등이 커졌다. 

두 번의 실패 이후 2013년 1월 드디어 나로호 발사에 성공해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스페이스클럽 회원국이 됐다. 

항우연은 현재 두 번째 시험발사체 누리호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항우연은 25일 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추진계 가압계통의 압력 감소 현상을 발견해 발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주 초까지 원인분석 작업이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원인 분석과 대응 계획이 수립 되는대로 발사관리위원회를 다시 열어 발사일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학계에서는 우주를 향한 우리나라의 도전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만들면서 부랴부랴 로켓 개발에 도입해 시작하게 됐다. 그런 좋지 않은 시작에 비하면 지금은 분명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런 외부의 영향에 의한 우주 연구로는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정책을 결정하는 관계자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우주산업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우주산업에서 지금의 성과를 거둔 것도 케네디 대통령이 달 착륙 미션에 대해 철학을 가지고 밀어붙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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