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는 손해보험업 경쟁촉진을 위한 금융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인수 매물이 없다는 점과 높은 손해율로 수익 실현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시장 진출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각사>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금융당국이 일반 손해보험업 시장 경쟁에 촉진이 필요하다고 천명했음에도 금융지주사의 관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주요·지방 금융지주사는 손해보험업 진출 의사가 없다. 생명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재 금융지주사 가운데 손해보험사를 소유한 곳은 KB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뿐이다.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9월 공개한 업계 경쟁도 평가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일반 손해보험업의 시장집중도지수(HHI·Herfindahl-Hirschman Index)는 1200~2000수준이다. HHI가  100~1000이면 집중도가 거의 없는 시장, 1000~1800일 땐 경쟁적 시장, 1800~4000일 경우 과점적 시장, 4000 이상은 독점적 시장이다. HHI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업계는 '과점적 시장'에 해당한다. 생명보험업이 994의 HHI를 기록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손해보험업 가운데 자동차보험 시장은 손해율 상승 등 영향으로 1400~1800 사이의 HHI를 기록하며, '경쟁시장'으로 평가 받았다. 장기손해보험은 1472의 HHI를 기록했지만 생보업계가 동시에 취급하는 '실손의료보험'이 포함된 시장 구조를 고려해 역시 '경쟁시장'으로 평가됐다.

평가위 보고서에 따르면 "손해보험업 시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손보사와 계열사 간 ‘비경쟁 시장’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 된다"며 "일반 손해보험은 개인·기업에서 우려되는 위험을 보장하는데도 경쟁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사가 60~80%를 점유한 시장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는 평가위 보고서를 손해보험업 시장에서 재벌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다는 것으로 보고 상품·채널 등에 특화된 보험사 진입으로 경쟁을 촉진시킬 방침이다.

이에 손보사 인수 여력, 신사업 진출 등에 금융지주사가 관심을 드러낼 것이라는 의견이 등장했다. 손해보험업은 비이자수익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어 리딩뱅크 및 시장점유율 경쟁에 효과를 낼 수 있으리란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 하나금융, DGB금융 등은 손보업 진출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경쟁 촉진의 도화선은 여전히 불이 붙지 않은 채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지주사가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경쟁 촉진이 이뤄지고 있는 생명보험업, 금융투자업, 부동산신탁업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의 59.15% 지분을 2조2289억원에 매입하며 생보시장에 공룡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아시아부동산신탁을 비롯한 부동산신탁사를 새로 M&A해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DGB금융은 총자산 6조2000억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종합금융지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 마땅한 손보사 인수물건이 보이지 않고, 오렌지라이프 인수건과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여력도 충분치 않다"며 "새로 설립하는 것도 갖춰야 할 인프라, 인력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매력적인 사업 방향으로 고려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손보사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지만, 지금 당장 속도를 낼만한 여건이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가 손보업 진출에 소극적인 건 현재 마땅한 인수 매물이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과 생명보험업에 비해 높은 손해율로 인한 보험금 지출이 많아 수익성에 제고가 필요하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의 경우엔 'ING' 브랜드 사용기간이 만료되면서, 매각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또 올해 6월 말 기준 31조5375억원의 총자산과 지급여력(RBC)비율이 400%대로 업계 최고 수준인 오렌지라이프의 상황도 신한금융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 충분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탐낼 만한 손해보험사 물건이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또 자동차·실손보험 등 손보사 주요 상품이 의무적이고 물가연동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영업에 제한적인 측면도 있고, 해당 상품 손해율이 상승하며 보험료를 두고 당국과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손보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금융지주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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