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는 방책을 내놨다. 하지만 1주택자의 청약 기회는 줄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는 방책을 내놨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1주택자의 청약 기회는 줄어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로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추첨제로 입주자 선정할 때 추첨 대상 주택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지금보다 1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는 전용면적 85m² 초과 물량의 50%, 청약과열지역은 85m² 이하의 25% 및 85m² 초과 70%가 추첨제 대상이다. 나머지는 청약가점 순으로 분양한다. 앞으로는 추첨제 물량도 75%는 무주택자만, 나머지는 청약에서 탈락한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추첨한다.

1주택자의 당첨 기회도 줄어들었지만 당첨 이후도 제재가 가해진다. 11월 말부터 주택을 분양받은 1주택 소유자가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무주택 위주로 바뀐다. 국토부가 신혼 기간 중 기존 집을 처분한 경험이 있으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전체 공급량 중 최대 30%(민영주택은 20%)를 차지하는 등 배정 물량이 적지 않은데다 가점 등에서 밀리는 젊은 층이 공략할 수 있는 분야였지만 여기서도 무주택자 위주로 제도가 개편된다.

1주택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집이 팔리지 않을 경우 집을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는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주택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약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뭉뚱그려 ‘투기 수요’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을 두고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무주택자 못지않게 주택 실수요가 많은 1주택자에게 불똥이 튀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국내 전체 가구 구성 비율을 보면 무주택자는 44.5%, 1주택자는 40.5%를 차지한다.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택법상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청약통장 불법 매매, 분양권 불법 전매에 적용되는 처벌 수준이다.

국토부는 “내부 판단으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태료에 그칠 것”이라고 했지만 처벌 벌률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지 않으면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하루 만에 ‘말도 안 되는 청약제도 개정을 보완해 달라’는 성토가 빗발쳤다. 한 청원자는 “비이성적인 집값 흐름을 잡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건 정말 과한 규정”이라며 “국민을 중범죄자로 몰아 흔히 말하는 ‘빨간줄’이라도 그으려는 처사”라고 밝혔다.

다른 청원자 역시 “안 파는 게 아니라 못 팔도록 온갖 퇴로를 막아두고는 이제 모든 1주택 당첨자를 범죄자로 만들려 한다”며 “당장 법안을 철회하고 관계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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