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 등 5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탈원전’이 이번 국감 핫이슈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탈원전 정책의 경제적 실효성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원전기관 조직 문제에 날선 질의가 쏟아졌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자력안전재단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 월성1호기 정기검사, 신고리4호기 운영허가 등 한수원과 원안위와 관계된 각종 원전 관련 사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 포화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이념 논쟁의 불씨를 지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종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전 선도국이었던 영국은 탈원전 후 전력수급 부족 등으로 뒤늦게 추가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런 전철을 밟을까 걱정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대학 때 이념서적 한 두권 읽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나 외치던 사람들이 시대착오적이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방향의 왼쪽으로 사회를 이끌고 있다”며 “‘판도라’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정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국감에 출석한 원안위 등 관계자들에게 “전문가적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이 잘 알도록 설명하고 정책 방향이 바르게 결정되도록 해야 하는데, 원자력 정책을 이끌고 있는 여러분은 비겁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원전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탈원전을 하는 독일이 그렇게 잘 나간다고 하는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좌파인가. 탈원전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인정한다”고 맞섰다.

정용기 의원실이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미 지진안전성 평가가 완료된 신고리4호기에 대해 이후 발생한 경주, 포항 지진을 이유로 2번의 지진안전성재평가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운영허가가 지연되면서 엄청날 손실이 발생하는 필요 이상의 과잉 조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월성1호기 폐쇄를 둘러싼 의혹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야당 의원들은 월성1호기 폐쇄가 “정부 개입으로 정상적인 과정이 결여된 조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업부로부터 법률개정을 의뢰받은 법무법인이 한수원 이사회가 원전 폐쇄 및 신규 원전사업 중단 결정을 내릴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법무법인 영진이 작성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등 개정관련 검토의견’에는 “원전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 내용은 한수원의 자발적 협조에 기초한 것”이라고 기술돼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수원 이사회가 영진이 검토의견을 제출한 후 한 달 뒤에 열렸다는 것이다. 한수원 이사회는 6월 15일 열렸고 이 자리에서 월성1호기 폐쇄와 신한울 3ㆍ4호기 등 6기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가 의결됐다.

월성1호기 폐쇄가 한수원이 내부 이사회를 개최해 자체적으로 결정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전 산업부의 압박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조 의원은 한수원에 배임 혐의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한수원 경영진이 이사회 이전에 손실보상을 피하려는 산업부와 자발적 협력을 약속하고 이사회에서는 손실보상을 전제로 원전 폐쇄 결정을 내렸다면 배임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며 “한수원이 손실보상을 전제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는 자발적 협력을 함으로써 큰 모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꼼수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에너지 정책을 오늘만 살고 말 것처럼 펼치면 미래가 불행해지므로, 정부가 지금이라도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산업부 산하기관 중 뇌물수수 적발액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나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자부 산하기관들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의 임직원 뇌물 및 향응 수수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22개 기관에서 임직원들의 뇌물향응 수수 적발액은 57억239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수원은 31명의 임직원이 144회에 걸쳐 뇌물이나 향응을 받았다. 수수금액은 전체 57억 중 26억7148만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훈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의 임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뇌물과 향응 수수에 일상화되어있다”며 “국회를 포함한 감사기관들은 임직원의 비위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각 기관들은 더욱 구조제도적인 측면에서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이 위험하거나 열악한 업무를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수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총 204건의 산업재해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한수원 직원의 산업재해는 17건에 불과했다.

반면 나머지 187건은 전부 협력업체 직원의 산업재해로 한수원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간 사고 발생 비율은 11배에 달했고, 특히 산업재해 사망자 7명은 전부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송 의원은 “한수원의 재해사고 사망자가 모두 협력업체 직원인 것은 위험현장에 협력업체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한수원은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위험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민 원안위원장의 자격 논란도 일었다. 일부 야당 의원은 강 위원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직 당시 원자력연구원이 위탁한 연구과제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강 위원장이 2015년 원자력연구원에서 위탁받은 과제에 참여하고 274만원의 연구비를 지급받았다"며 "현행 원안위법상 원안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저는 그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의 자격 논란을 두고 여야 의원 간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은 앞서 이철희 의원이 강 위원장에게 “관련 의혹을 확인해보고 사실이 아니면 법적 조처하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태도다.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를 갖춰 달라”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철희 의원은 “언제 동료 의원을 고발하라고 했나, 정확하게 들으시라”고 대응했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자료를 더 확인하기 전까지 다툼이 있을 것 같다. (강 위원장이 받은 사업비) 274만원은 출장비 계정에서 나간 것이니 당시 출장보고서, 영수증 등을 요청해서 더 보는 게 좋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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