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1위를 유지하던 벤츠가 지난달 4위로 밀려났다.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축소와 주력 모델 재고 소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벤츠 베스트셀링 모델인 E클래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축소와 인기 차종 재고 부족, 신규 배출가스 기준 적용에 따른 인증 지연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여파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 대수는 1만722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판매한 1만9206대보다 10.3%, 전년 동기 2만234대보다 14.9% 급감한 수치다.

특히 수입차 시장은 지난 6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 9월에 올해 최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수입차 시장이 위축된 표면적인 이유로는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축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양대산맥'을 이루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판매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65.3% 감소한 1943대를 판매했다. 2016년부터 유지해 온 '수입차 1위' 타이틀을 내려놓고 4위로 주저앉았다. BMW는 같은 기간 전년 동월 대비 61.3% 뒷걸은질친 2052대를 판매하며 시장 3위로 밀려났다.

두 브랜드는 주력 모델의 재고 소진과 새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시험방식(WLTP)의 인증을 완료하지 못해 판매가 줄었다.

9월부터 시행된 WLTP는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배기가스 측정법으로, 올해 8월 31일까지 생산했거나 통관한 차는 새로 인증을 받지 않아도 11월 30일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장 12월 1일부터는 새 기준이 적용된 차량만 판매가 가능하다.

디젤 엔진 위주의 라인업을 갖춘 업체들은 WLTP에 대비해 대다수의 재고를 소진한 상태다. 지난달 수입 디젤차 점유율은 전월 41.6%에서 26.3%로, 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업체들의 디젤차 인증 신청이 밀려있는 상태로, 인증 완료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디젤차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벤츠는 이달부터 '신형 CLS'와 'C클래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신차를 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BMW는 이달부터 'X2'와 'X4' 등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당분간 판매보다는 화재·리콜 이슈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벤츠와 BMW의 빈 자리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차지했다. 지난달 아우디는 237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월판매 1위를 달성했다. 2007년 1월 이후 11년 만의 성과다. 2위는 2277대를 팔아치운 폭스바겐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의 판매 전망은 밝지 않다. 아우디가 시판 중인 2개 차종(A4, A6) 중 'A6'의 재고가 동난 상태다. 폭스바겐도 핵심 차종인 '티구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 시장도 추석 연휴로 인해 판매량이 줄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과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다양한 판촉전으로 판매 회복에 나서고 있다"면서 "반면 수입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독일차 브랜드는 팔 수 있는 물량이 없어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가솔린 위주의 미국차와 하이브리드 엔진 위주의 일본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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