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상승궤도에 오르면서 보험료 조정 의견이 등장한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각각 시장논리, 금융 소비자 보호 기조를 중심으로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손해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조정을 앞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손보업계는 시장논리에 맞춰 인상·인하 폭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당국은 금융 소비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는 7~8월 손해율 상승으로 1.8%가량 인상 요인이 있고, 신실손보험료는 급여 전환 정책으로 인한 8.6%의 인하 요인이 있는 것으도 나타났다.

◇ 오를 대로 오른 車손해율에 보험료 인상 요인은 충분… '시기' 놓고 줄다리기中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기록적인 폭염과 태풍으로 인한 폭우를 거치며 7~8월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8월 손해율로 89.2%를 기록했다. 이는 6월(80.6%), 7월(85.3%)에 이어 3달 연속 상승한 결과다. 지난해 삼성화재가 기록한 6월(78.0%), 7월(80.4%), 8월(79.4%) 손해율과 차이가 드러난다.

빅4 손보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월에 79.2%였던 DB손해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월 85.4%에서 8월 86.3%까지 상승했다. KB손해보험은 6월(74.3%), 7월(80.3%), 8월(82.0%) 상승을 경험했다. 현대해상은 6월 80.4%였던 손해율이 7월 87.7%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손해율이 100%를 넘은 보험사까지 나오면서 보험료 인상에 탄력이 붙었다. MG손해보험와 흥국화재는 7월에 각각 104.3%, 102.7%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이외에 △한화손해보험 83.4%(6월)→90.6%(7월)→91.8%(8월) △롯데손해보험 86.7%(6월)→97.8%(7월)→94.3%(8월) △메리츠화재 76.1%(6월)→84.2%(7월)→83.4%(8월) 등도 90% 안팎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9월 손해율도 다르지 않다. 폭염이 사그라지면서 완만한 손해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9월 첫째 주에 전국을 덮진 국지성 호우 및 나들이 고객 증가로 인한 사고 발생 증가로 7~8월과 다르지 않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태풍 '콩레이'가 이번 주 한반도를 덮치면서 향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보험개발원이 내년 1.8%라는 구체적인 인상폭을 발표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의 경험 통계 등을 기초로 산출한 업계 평균 보험료인 참조순보험료율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면서 이 같은 인상폭을 제시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인상 시기를 놓고 업계는 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정비요금·최저임금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이 충분하며, 이를 10월 말에서 11월 초 보험료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연말 배당시기를 앞두고 보험료를 인상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주주이익을 시현해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으로 연말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좋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 시기는 올해 안이 아닌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당장 10월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연히 여론의 비난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물가상승률에 반영되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인상시기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의무보험인데다 물가연동적인 자동차보험료는 인상폭, 인상시기 등을 무조건 당국과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한다"며 "규제산업인데다 네거티브산업인 만큼 시장논리에 맞춘 보험료 조정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新실손 손해율 29%→ 62%→ 77%로 상승中… KDI는 보험료 8.6% 인하 요인有

신실손의료보험은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MRI 등 3대 비급여 보장을 특약으로 따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2017년 4월 판매가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77.0%를 기록했다. 2009년 이전 가입상품인 표준화 전 실손보험의 133.9%이나 자기부담금 10% 이상이 포함된 표준화 실손보험의 119.6%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신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29.4%에서 지난해 하반기 61.9%로 급상승했다.

신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발생손해액 증가에서 기인한다. 신실손보험 발생손해핵은 지난해 상반기 26억원에 그쳤지만 1년 만인 올해 상반기 109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와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따라 파생된 부분을 내년 실손보험료 산정 때 반영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은 미용, 성형 시술 등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아동입원비 경감, 선택진료 폐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병실 급여화 등 이미 급여화 된 부분을 포함해 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해 나머지 부분을 비급여화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하 효과의 구체적인 파악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건보 보장성 강화가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미 시행된 급여 전환 정책으로도 6.15%의 실손보험금 감소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등장했다.

이 부분을 반영한다면 신실손보험은 8.6% 가량 보험료가 인하돼야 한다. 표준화 실손보험 상품 보험료가 6~12%, 비표준화 실손보험은 8~12% 가량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과 대조된다. 금융당국도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험료 인하가 예고된 신실손보험 상품이다. 손보업계는 손해율 상승 중에 보험료 인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국민보험이라고 불릴 만큼 가입률이 높아 당국 차원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면서도 "가시적인 손해율 상승이 있음에도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건 보험사의 인하 여력을 살펴보고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일침 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보험료가 조정될 건 분명해보이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입장 차를 좁혀나가는 게 협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료를 놓고 업계와 당국이 벌이고 있는 알력다툼에 보험소비자는 어리둥절하다는 입장이다.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 거주하는 김 모씨(36세)는 "지금 내고 있는 자동차 보험료도 일반 직장인에겐 결코 부담이 없지 않은 금액인데 보험료가 오르면 향후 살림에 무리가 있을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9년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입장에서 그 이후 상품과의 구체적인 차이도 모르고 있는데 보험료가 오른다면 이 또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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