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험 가입자가 증서에 있는 약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보험사들이 영업현장에서 ‘약관쪼개기’영업이 확산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원 등이 우려되지만 현행 규정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약관쪼개기는 하나의 상품으로 가입하면 되는 것을 여러 개로 나눠 계약하는 편법적인 영업 방식이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영업촉진을 위해 시책을 내걸 때 목표달성을 위해 활용됐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시책평가 방식을 보험계약 건수에서 대상 상품의 계약 건당 최소 가입금액을 마련하면서 사장돼 갔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신규고객 확보가 어려워진 것과 보험사의 영업조직 평가방식 변경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는 가입 건수로 보험설계사나 지점, 보험대리점에 대한 평가를 한다.

그러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영업조직 평가 방식을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도록 변경했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1건당 1~1.5점을 부여하고 저축성보험은 0.2~0.5건으로 축소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보장성보험 판매건수가 중요해졌는데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가입을 꺼려하면서 1개의 계약을 2~3개로 나누는 영업방식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또 보험사가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에 나서면서 리스크관리를 위해 언더라이팅 심사를 강화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가입하려는 보장금액이 크면 추가로 고객의 소득 수준을 들여다보는 등 보다 까다로운 인수심사를 받게 되는데 이를 여러 개로 분산시켜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걱정하는 것은 이같은 영업 행위가 계속 늘어나면 향후 민원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언더라이팅 회피수단으로써 쪼개기 계약 방식이 늘어나면 과도한 보험금을 챙기려는 보험사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작성계약에서도 약관쪼개기 방식을 활용해 보험사 언더라이팅 부서의 감시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약관쪼개기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험업법은 물론 생명·손해보험협회의 ‘공정경쟁질서유지에관한상호협정’, GA업계와의 자율협약에서도 이를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보험사 자체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같은 피보험자로 여러 개의 비슷한 계약이 들어오는 경우 약관쪼개기로 보고 인수를 거절하고 있지만 선택권 침해 등의 민원이 발생할 가능이 커 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 가입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가입시 어렵고 복잡한 보험약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소비자는 설계사의 설명과 추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약관쪼개기 가입 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업계는 이에 따라 감독당국에서 약관쪼개기영업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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