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서 업무추진비 사용을 제한한 시간대에 청와대 직원들이 1842건의 클린카드 사용내역, 사용 장소도 부적절한 각종 호프집, 주막, 이자카야, 와인바, 포차 등에서 235번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감사원을 통해 전 정권에서 임명한 강규형 KBS 사장의 업무추진비를 샅샅이 뒤져 2년간 327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을 밝혀내고, 물러나게 만들었던 정부로서는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시작된 1라운드 공방은 업무추진비 사용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24시간 일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심야에 식사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대에는 영업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호프집이나 와인 바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요즘 고단한 취준생 청년들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는다. 그 방법이 날로 진화해서 편의점 음식 레시피가 유행이기도 하다.)

2라운드는 업무추진비로 청와대 직원들에게 올해 2월까지 내부 회의에 참석하고도 회의수당 명목으로 회당 10만∼25만 원씩 지급했다고 공개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비서관과 행정관 이름까지 거론됐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두부류다. 우선 정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다. 대개는 서기관급으로 정권 초기에는 각 부처의 에이스들이 차출된다. 이들을 ‘늘공’이라고 부른다. 늘 공무원이었다는 뜻이다. 다른 한 부류는 대통령 캠프에서 일하던 참모 그룹이다. 이들을 ‘어공’이라 부른다.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다는 의미다.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회의비를 지급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올해 2월까지면 출범한지 9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다. 또 늘공들이었다면 이들은 늘 공무원으로서 급여를 받고 있었을 것이니, 어디서든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면 될 일이다. 시간외 수당이 아니면 더 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 어공의 경우에는 청와대 근무 초기에는 신원조회기간이 있어서 실제 근무 개시일과 공식 발령일자가 다를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회의비로 보충해 줬다는 얘긴가? 첫 급여 명세서만 봐도 팩트체크는 가능하다.

3라운드부터는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이 시작되는 데, 다분히 정략적인 역공격 분위기가 짙다. 자료 획득 과정의 적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재정분석시스템(OLAP)의 보안이 허술한 것은 심의원의 대정부 질의 시 시연을 통해 확인됐다. '이를 알면서 의도적으로 자료를 다운 받은 것이 불법인가'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한술 더 떠서 심의원의 행동이 국가 안위를 해치는 일이라고 나서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비인가 취득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공개될 경우 국가 안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을 생각해 보자. 정보기관의 적폐를 청산하고 조직을 쇄신하겠다며 지난해 6월에 출범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의 민간위원 7명은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않고 2개월간 국정원 내부 비밀자료를 3차례 들여다보았다. 이런 일도 잡음 없이 지나간 문재인 정부에서 술집 영수증 몇 개 공개했다고 국가 안위를 운운하는 것은 오버 액션이다.

4라운드는 다시금 심의원 측의 역공이다. '국가 주요 재난과 을지훈련 등 비상시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추진비로 부당한 지출을 했다'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는 곧바로 이에 대해 해명했는데, 제기한 의혹에 대해 "연간 수만 건의 정당한 집행 중 간헐적으로 하나씩 뽑아 추측하고 모두 불법적 사용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미수습자 참배일,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사고일, 밀양세종병원 화재참사일 등의 당일 카드 사용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마지막 참배일인 2017년 11월 20일 심야 시간대에 고급 LP 바를 이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23시 25분 종로구 소재의 기타 일반음식점인 블루xxx(현재 폐업)에서 42,000원 결제한 것"이라며 "정부 예산안 민생 관련 시급성 쟁점 설명 후 관계자 2명이 식사한 것으로 23시 이후 사용 사유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밀양세종병원 화재참사일(2018년 1월 26일) 심야시간에 술집에서 카드를 사용했다는 지적에는 "23시03분 종로구 소재 기타 일반음식점에서 64,500원 결재한 것"이라며 "총무비서관실 자체 점검 시스템에 의해 23시 이후 사용 사유 불충분으로 반납 통보 후 회수 조치했다“고 부당사용을 인정한 듯한 해명도 있었다.

정기국회의 핵심 이슈가 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 문제는 정부 여당과 야당 간의 물러설 수 없는 도덕성 싸움이 되었다.

민들이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국가정보원의 활동 내용 전모가 밝혀지고, 이로 인해 대북 정보망이 위태롭게 될 수 있는 특수활동비를 조사할 때에도 국민들은 이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더 궁금해하지 않았던가? 이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의 사용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다른 부처의 업무추진비도 다 그렇게 사용될 것이라고 변명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바뀌면 다 바뀔 수 있다. 이를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 결과를 통해 부주의하게 사용된 업무추진비가 있다면 청와대는 사과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렇게 관행으로 덮여 있던 잘못이 바로잡히면, 나라는 한걸음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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