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 규제에 시달려온 건설·부동산 시장이 '하향평준화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공급계획이 불투명한 국내 건설사들이 하반기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분양 성적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드러나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전일 발표한 부산시 온천동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평균 청약경쟁률은 17.26대1로 지난 6월 같은 지역에서 2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SK건설의 'SK뷰'의 성적을 한참 밑돌았다.

보광종합건설이 지난달 12일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을 실시한 '대구 수성 골드 클래스'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6.1대1에 그쳤다.

이는 지난달 대구에서 분양한 '대구 신본리 동사프라임S' '대구역 한라하우젠트’ ‘남산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등이 평균 수십대1, 최고 수백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역간 분양 양극화도 개선되지 않았다. 부동산인포가 제공한 '2016년 이후 반기별 1순위 청약경쟁률 현황'에 의하면 수도권과 광역시의 올해 상반기 평균경쟁률은 각각 15대1, 26대1로 지난 3년간의 평균 수준을 기록했지만 지방은 약 7대1에 그쳤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청약보다 빠르게 감소하는 초기분양률이다. 올해 2분기 전국 초기분양률은 1분기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81.6%를 기록했다. 이는 실제 분양으로 이어진 가구 수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먼저 수도권의 초기분양율은 2017년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하락해 올해 2분기 전기 대비 3.6%포인트 내린 88.6%를 나타냈다.

또 지방의 초기분양률 하락은 이보다 더 빠르게 전개되며 11.8%포인트 떨어진 64.8%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강원도는 전기 대비 31.2%포인트 하락해 절반도 안되는 49.4%를 기록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지방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악화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해 특정 인기 지역에서는 청약경쟁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초기 분양률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분양률과 입주율을 높게 유지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분양 성적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작은  차이가 입주율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입주가 발생할 경우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손실로 직결된다.

더군다나 올해 하반기는 건설사들이 지방선거 등의 일정으로 미뤄졌던 상반기 분양 물량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당초 예상만큼의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강남4구에서만 분양 진행 중인 아파트는 총 1만1419가구에 이르며, 준강남으로 불리는 성남·하남·과천 지역에서도 1만380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막판 불지르기', '공급폭탄'에 비유될 법한 이 같은 현상과 함께 지역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어 비인기 지역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일수록 고민이 깊다.

한국기업평가 조사에 따르면 한신공영, 태영건설, 대우건설이 최근 주택 공급 급증으로 가격이 하락한 위험지역 비율이 높은 건설사로 분류됐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은 위험 지역  비율이 낮은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외건설 부진에 따라 각 건설사들의 주택부문 이익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크게하는 요소다.

대부분의 상위권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2년치 이상의 사업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경영을 펼쳐왔다.

하지만 내년말까지 현재 진행사업장의 60% 이상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충분한 수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건설업계 전체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을 잡겠다는데만 정책의 초점을 두다보니 특정 지역만 잘되고 건설·부동산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는 모습"이라며 "건설업이 잘돼야 부동산 시장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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