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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시사 IF]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온다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 간의 만남 이틀째인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살짝 흘러나오던 김 위원장의 답방이 공동선언 마지막 항에 담겨있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육성으로 발표했고, 이어 우리 대통령이 보충설명도 했다. 가까운 시일이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 해 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바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2000년보다는 여건이 좋다. 우리의 한 정권의 지도자가 세 번이나 북한 지도자를 만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인간적 유대감이 강해졌을 것이다.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도 있었다. 교착상태이긴 하나 북미 간 대화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평양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 김 위원장 신변 위협 문제는 오히려 일부 진보진영에 달려 있어 

서울 답방을 둘러싸고 김 위원장과 주변 참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신변 위협이다. 남한 내 보수단체들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과하라’, ‘3대 세습 정권이니 김일성의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 등등의 가두시위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를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 회장단 7명이 문 대통령과 배웅 인사를 나누고, 7000여 명의 회원들이 도로변에 나와 환송했다. 보수 야당도 평창올림픽 폐회식 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한민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하겠다며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했으나, 여론이 크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터라 이번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핵포기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며 선명야당의 길을 가자는 부류와 국민들도 환호하는 평화분위기에 역행하면 실익이 없다는 부류가 갑론을박할 가능성이 크다.

또, 김 위원장은 서울에 오기 전에 미리 여러 가지 방책들을 마련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24시간동안 내 모습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전군은 전시태세를 갖추고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권한대행으로 본인의 신병상황 파악과 안전조치확보를 위해 즉각 남한과의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해 두는 식이다. 남한 측의 ‘불온한’ 의도가 식별될 경우 즉각 해방전쟁에 임하라는 비밀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김 위원장에게 위해를 가할 무모한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오히려 김 위원장의 신변 위협은 남한의 일부 친북좌파 진영에 달려 있다. ‘위원장님의 서울 방문을 민족의 이름으로 경축합니다’는 식의 플랜카드와 인공기를 들고 환호하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단체들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저지하겠다고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설사 신변위협이 없을 지라도 혹여 최고 존엄이 훼손돼 북한 주민을 자극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할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북한 주민들은 생방송으로 이 장면을 보지 못할 것이니 최고 존엄 훼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이다. 편집된 우리 시민들의 환영모습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선전 영상만 볼 수 있다.   

▲ 서울 답방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이뤄져야  

여하튼 국내 정치적으로 진통이 있을 지라도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다만,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 방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성사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루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이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11월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다면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확답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 우리 민족끼리 문제를 해결하자며 시민들 앞에 연설하게 된다면 미국은 곤혹스러워진다. ‘이렇게 평화로우면 되지 우리를 공격할 핵도 아닌데 어때’라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퍼지게 되고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주범으로 미국을 지목하는 여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북미 간 북핵협상이 진전되고, 2차 정상회담이 성사돼 북한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상황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를 넘어 평화통일로 가는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북미 간의  협상이 교착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방문한다면 ‘우리 민족끼리’ 노선을 강화시키며 비핵화의 모멘텀을 왜곡시킬  수 있다. ‘핵 있는’ 위장 평화의 길로 가게 된다는 말이다.

미국을 배제한 위장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가 경제제재를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국민경제에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최악의 고용률을 기록한 올해 상반기를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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