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고안정성을 지닌 플라스틱 논리소자 및 결정화된 전도성고분자의 세부구조 및 미래 인체친화형 헬스케어 기기의 모식도. <사진=광주과학기술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영화나 소설과 같은 ‘픽션’에서는 과학이 ‘신의 영역’에 닿을 때 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과학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지만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은 ‘신’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이미 우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인류에게 조금 더 이롭기를 바라며 만든 공식과 원리가 핵폭탄이라는 최악의 무기로 돌아온 사례를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운명은 결국 인간의 손에 달린 셈이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조금씩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공심장이나 관절을 만들어 인체가 가진 최소한의 불완전함을 해소했다. 그리고 인체를 대체하는 이같은 기술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윤명한·이광희 교수 연구팀이 고온·고압의 멸균처리 후에도 체내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성능 플라스틱 전해질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인체에 이식하는 전자의료기기는 장시간 사용 시 구동 안정성과 고온·고압 멸균처리 중 변성이 발생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유기생체전자소자는 기존의 무기물 및 탄소 기반 소자보다 우수한 생체신호 감지능력, 기계적 유연성, 생체적합성과 낮은 공정비용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기생체전자소자(Organic Bioelectronics)는 전도성 고분자물질 기반의 생체전자인터페이스 소자로 체내 생체신호 및 이온·단백질 농도 측정, 신경세포와 심근세포의 전기·이온성 자극 등에 응용되고 있다.

이같은 소자를 기반으로 생체전자기기가 만들어지면 실시간 생분자 탐지, 부정맥탐지 등의 의료용기기 등 여러 분야에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윤명한 교수는 “생체전자소자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전도성 고분자 물질의 성능 향상과 용액 안정성을 비교적 간단한 용역매개 결정화법을 통해 확보한 것”이라며 “앞으로 생체전자소자의 상용화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유연 광센서나 수계 유기전극 기반 촉매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AIST의 이현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은 16일 생체 친화적 실크 고분자를 이용해 생체적합 전도성 접착제와 이를 통해 인간 피부에 잘 부착되는 경피형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실크 전도성 접착제 필름은 생체친화적 실크 고분자에 금속이온을 도입해 접착성을 갖도록 만든 기술로 접착성이 높은 경피형 전자소자의 구현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장기간 모니터링 및 약물 투여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크 고분자에 도입된 칼슘이온은 물을 흡수하는 능력과 고분자를 결합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어 단단한 실크 고분자에 점탄성특성을 부여해준다. 강한 점탄성을 갖는 실크 고분자는 인체 피부 및 다양한 고분자 기판의 계면에서 물리적으로 결합해 강한 접착특성을 갖는다.

실크 고분자의 칼슘이온은 실크 접착제가 이온전도성을 갖게 도와주며 원래의 실크 고분자가 갖고 있는 생분해 특성에 의해 특정 조건에서 쉽게 접착력이 사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통해 실크접착제를 경피형 전자소자와 인체피부사이에 삽입해 쉽게 붙일 수 있는 유연성 터치센서를 개발했다.

또 인체 장기의 조직 중 신축성이 강한 방광 조직에 고접착성을 가지는 변형센서를 집적해 방광 조직의 변형률에 따른 저항변화를 이용한 변형정도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기술은 생체적합성과 접착력이 높아 체내 이식용 전자소자에도 활용돼 장기간 모니터링 및 치료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바이오공학 분야에서 경피형 및 체내이식형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고 장기간 모니터링 및 약물전달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인공 시냅스 소자 모식도. <사진=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이명재 지능형소자융합연구실장 연구팀은 지난달 인간의 뇌 기능을 모사한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시냅스는 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이 신경 흥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축색돌기와 수상돌기가 만나는 부분으로 뇌 속에 수십조에서 수백조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시냅스 소자는 전기신호의 강도에 따라 탄탈옥사이드층의 저항값이 점진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뇌의 시냅스 기능을 모사한 전기적 시냅스 소자다. Ta2O5-x의 한 층에서만 전류 제어가 가능해 기존 소자의 내구성 특성 한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또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기억을 저장하는 장기강화작용, 기억을 지우는 장기억제작용 등 기억의 생성, 저장, 삭제 과정인 시냅스 가소성을 구현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시냅스 소자는 저전력 병렬 연산이 가능해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정보처리를 위한 초절전 소자 혹은 회로로 사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의 인공지능(AI) 개발, 두뇌 모방형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소자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실장은 “뉴런의 기능을 모방한 회로를 만들어 인간의 뇌를 모사하는 뉴로모픽 시스템 인공지능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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