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동남아 시장 강화 ...반도체 역량 확대하나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SK그룹이 동남아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각 계열사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는 19일 베트남 마산그룹의 지분 9.5%를 한화로 약 53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양사는 베트남 시장에 신사업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은 지난해 약 16억6000만 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베트남 경제와 함께 고성장 중인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마산그룹은 종합 식음료 분야 1위 기업으로서 각종 소스, 라면, 커피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시장 1, 2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료사업에서는 베트남 최초로 축산 밸류체인을 구축, 전분야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조원 규모의 현지 육류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밖에 베트남 민영 1위 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회계 투명성과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의 GIC, 글로벌 선도 사모펀드(PE)인 KKR 등이 현재 마산그룹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식음료와 금융 사업 외에도 마산그룹은 텅스텐과 형석을 공급하는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이 광산은 전세계 공급량을 과점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텅스텐과 형석은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 만큼 앞으로 반도체 재료 수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텅스텐은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재료인 육불화텅스텐을 제조하는데 쓰인다.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 제조 중 반도체 회로 패턴에 따라 전기길(금속선)을 이어주는 ‘금속 배선 공정’에 사용된다.

최근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늘어나면서 재료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형석의 경우에도 삼불화질소의 원재료가 되는 무수불산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육불화텅스텐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소를 함유하고 있는 금속 텅스텐에 불소나 삼불화질소, 혹은 이들을 혼합시킨 물질과 접촉시켜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만큼 텅스텐은 육불화텅스텐 제조에 가장 중요한 광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반도체나 LCD 패널 개발에 필요한 육불화황가스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이다. 육불화황가스는 반도체 식각 및 세정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만 한 해에 약 2000만톤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SK머티리얼즈는 육불화황가스에 대해서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

SK그룹에서 LCD·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SK머티리얼즈는 육불화텅스텐 생산량에 있어 일본 칸토덴카와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현재 텅스텐을 대구텍과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SK가 대규모 텅스텐·형석을 가진 마산그룹과 교류를 진행할 경우 텅스텐과 형석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경로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도록 추진된 바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SK그룹은 마산그룹 외에 지난달 싱가포르에 투자 전담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SK네트웍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1위 카셰어링 업체 그랩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갖고 신흥국에 대한 중장기 투자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